19대 국회의원 선거를 9일 앞둔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시장 입구에는 장을 보러 왔던 노인과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커피 아줌마, 포장마차 아저씨들도 줄을 이었다. 이 곳에서 후보들의 거리 유세가 이어지면서 청중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면서 시장입구가 부산하다.
야당 대표(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온 다는 소식을 접해서 인지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선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제주시에서 열린 첫 오일시장의 풍경이다. 각 후보 선거 운동원들이 피켓을 들고 기세를 올리며 몰려들어오면서 구경을 하려는 이들과 기선 잡기에 열을 올리는 후보와 선거 운동원들로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제주시 갑 무소속 후보인 장동훈·고동수 후보가 비슷한 시간에 오일장을 찾아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후보 모두 제주지역 경제발전과 청년일자리 창출 등 제주현안문제의 해결사임을 자처했다.
시장을 찾은 유권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오지현(42·여)씨는 "내년에 딸이 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도 걱정이고, 대학 졸업 후 딸이 취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다"며 "'반값 등록금' 약속도 지켜주고 청년 실업대책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져서 우리 아이들이 취직할 때쯤엔 취업난이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구(72)씨는 "내심 정한 후보는 있지만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선거 당일에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심적인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면 좋겠다. 후보일 때와 당선됐을 때의 마음이 틀리면 안 된다"며 "초심을 잃지 말고 후보시절 그 마음 그대로 정치를 한다면 좋은 국회의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기식(56)씨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자기만을 위한 일꾼이 아닌 시민을 위할 줄 아는 후보가 당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순화(48·여)씨는 "노후 준비가 문제다.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노인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41.여)씨는 "지역을 위해 일하고 서민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당선이 되면 공약사항은 뒷전이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음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공항이나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우리 사회에 큰 화제거리이고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다보니 서로의 공약이 부딪히는 것 같다"며 "초심을 잃지 않는 국회의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돈(54)씨는 "50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돈도 가장 많이 쓰는 시기"라며 "그런데 그동안 경제에 너무 '억압받고 살아온' 느낌이 든다. 서민들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경제는 어려운 사람은 계속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대학생 딸과 아들 둘이 있다. 한 학기에 한명 당 대학금이 300만원 씩 모두 600만원이 든다. 책값, 식비, 용돈까지 하면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 했다.
그는 "이번에 복학한 아들이 꿈을 갖고 공부를 했으면 한다. 지금 같은 실업난에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년들에게 꿈을 실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희상(24)씨는 "후보들의 공약은 잘 모른다.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있는지도 사실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 지는 선거 당일에 정할 것"아라며 "어떤 후보가 당선돼든 처음 공약했던 것만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대홍(57)씨는 "나는 제주도를 사랑한다. 제주도를 사랑할 줄 아는 후보가 당선이 돼야 한다"며 "각 후보들의 공약은 잘 파악하지 못했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수녀(84) 할머니는 "돈이 없어서 못 배우고 돈이 없어서 못 먹는 세상은 우리 때의 일이다. 우리 손자도 취직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며 "일자리도 주고 공항도 만들어 주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경선(51)씨는 "자신의 공약을 추진할 때 재선 삼선이 돼야 자금(예산)을 유치하기 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며 "한번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이 다시 하는 것이 못 다한 마무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후보가 당선돼든 지역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