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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88)

조그만 일이라고 홀시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다.

 

일을 처리하거나 사람을 쓰는 데에는 나쁜 일이 아직 경미할 때에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방지하여야 한다. 시작과 끝을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자질구레한 일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인생은 한 단계 씩 업그레이드 시키듯이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하고 손실을 피해야 한다. 경쟁 중에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추리하여도 로직에 맞아야 하고 판단도 오류 없이 정확하여야 한다.

 

우리가 패를 잘못 내면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하고 이길 수 있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면 우리 처지는 급전직하하게 된다. 형태가 크게 변하여 세 번이든 네 번이든 뒤집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철저히 실패하게 되어 모든 국면을 끝내야 할 때가 있다.

 

생활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번 것은 제외’ 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가장 무서운 생각이다.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약하다.1)

 

노자는 말한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도모하고 혼란해지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 ……시작할 때처럼 마지막에도 신중하면 실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작을 일로 큰 것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여야 할까? 중국의 지혜와 계략〔지모(智謀)〕의 선구자라는 귀곡자2)는 중국사회의 활동 방식을 총결하여 여러 가지 응대 비결을 제기하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저희(抵巇)’〔저극(抵隙)〕이다.

 

징조가 보일 때 곧바로 발견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천리에 달하는 큰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 털끝만한, 지극히 미세한 작은 틈도 결국에는 태산의 뿌리를 요동시킬 수 있다.

 

싹터올 단계에 있는, 형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상태에 있을 때, 형세의 징후가 아직 완전하게 나타나기 전에 먼저 통찰해낼 수 있어야 한다.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어느 것은 하여야 하고 어느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존망, 득실의 관건은 모두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확실하게 파악해 낸다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사고나 재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작은 틈을 매워야 한다. 이것이 ‘계구(戒懼)’다. 큰불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방지하여야 한다. 초연히 홀로 서고 세속에서 무리 짓지 않게 만든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설 수 있게 한다. 이런 ‘계구’야말로 중요하다.

 

송(宋) 세종(世宗) 때, 안군왕 양기중3)이 교외에서 점쟁이를 만났다. 양왕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에 그림을 그렸다. 점쟁이가 보자마자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왕께서 어찌 미복으로 여기까지 출행하셨나이까? 마땅히 보중하셔야 합니다.”

 

양왕은 놀랍고도 의아했다. 자신을 어떻게 알아봤느냐고 질책하듯 물었다. 점쟁이가 말했다.

 

“토(土) 위에 한 획이 더 그어졌으니 왕(王)자가 아닙니까?”

 

양왕은 대단히 기뻐하며 그에게 500만 관의 돈을 하사한다는 쪽지를 써주면서 재화관리소에 가서 가져가라고 명했다.

 

이튿날 점쟁이가 재화관리소에 가서 쪽지를 내보이자 재화를 관리하는 관원이 쪽지를 한참동안 살펴보다가 말했다.

 

“너는 어떤 놈이냐. 감히 왕의 글씨를 위조해 돈을 편취하려고 하다니. 너를 잡아다 치죄해야 마땅하리라.”

 

점쟁이는 일의 전후관계를 이야기하면서 양왕이 들을 수 있도록 목이 쉬도록 억울하다고 외쳤다. 관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5000 관만 내주면서 쫓아냈다. 점쟁이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 관리는 상황을 양왕에게 보고하였다. 양왕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물었다. 관리는 답했다.

 

“지금은 그 점쟁이가 왕께 왕이었다고 말했다면 내일에는 무슨 말을 더 보탰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왕께서는 더 많은 비방을 듣게 되실 수 있습니다. 하물며 지금 이미 왕의 자리에 계신데 왕이라는 점괘가 필요하시겠습니까?”

 

왕은 곧바로 일어서서는 원래 점쟁이에게 내리려고 했던 상금을 관리에게 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미약하다. 오로지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진실로 그 중도를 붙잡아야 한다.(人心惟危,道心惟微.惟精惟一,允執厥中)” 여기서 인심(人心)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고려하는 태도로 이성의 사적 남용에 해당한다. 위(危)는 비리와 부패처럼 인심이 자신을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맥락을 나타낸다. 도심(道心)은 보편적 원칙을 존중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치지 않는 태도로 이성의 공적 선용에 해당한다. 미(微)는 사람이 도심을 지키고자 하지만 그 힘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맥락을 나타낸다. 즉 사람은 도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대로 따르기가 쉽지 않고 위험스러운 인심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이에 사람은 인심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도심의 공공성을 존중하기 위해 자신의 상태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정유일’은 인심에 휘둘리지 않고 도심에 집중하도록 사람이 자신을 온전히 통제하는 노력을 가리킨다. ‘윤집궐중’은 사람이 도심에 집중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적실한 방안을 끝까지 굳건하게 유지하는 실천을 가리킨다. 『서경(書經)』의 16글자는 인간의 이원적 특성과 문제 해결의 길을 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철학과 사상에서 이 구절을 ‘16자심법(十六字心法)’이라 부르며 아주 중요하게 여겨왔다.
우리는 이성의 공적 선용에 해당하는 도심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도심의 공공선을 돌아보지 않고 인심의 유혹에 넘어가 선과 악의 경계를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어떻게 실현할지 머리를 짜낼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이 공공선을 위반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성찰하는 유정유일(惟精惟一)과 윤집궐중(允執厥中)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신정근)

 

2) 귀곡자(鬼谷子) 왕후(王詡, 약 BC400~BC270), 왕선(王禪)이라하기도 한다. 도호(道號)는 현미자(玄微子), 정확한 생존연월 미상, 전국시대 인물이다. 이마에 반점이 4개가 있어 귀숙(鬼宿)의 상이었다고 전한다. 위(衛)나라(하남 기현淇縣) 사람 ; 전국시대 위(魏)나라 업지(鄴地, 하북 임장臨漳) 사람 ; 진(陳)나라 단성(鄲城, 하남 단성현) 사람 ; 한수(漢水)의 관내 운양(雲陽, 현 섬서 석천石泉현) 사람이라는 설이 각각 존재한다. 유명한 책략가, 도교 대표인물, 병법의 집대성자, 종횡가의 비조라 평가받는다. 운몽산(雲夢山) 귀곡(鬼谷)에 은거해 스스로 귀곡선생(鬼谷先生)이라 불렀다. ‘왕선노조(王禪老祖)’는 후대사람이 귀곡자를 부르는 호칭이다. 노학(老學) 5파 중 하나다.

 

3) 양존중(楊存中, 1102~1166), 원래 이름은 양기중(楊沂中), 자는 정보(正甫), 대주(代州) 곽현(崞縣, 현 산서 원평原平) 사람이다. 남송(南宋) 초기의 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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