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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글래디에이터 (6)

콜로세움에 모인 로마 시민은 ‘찝찝한’ 새 황제 코모두스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 기획한 ‘자마 전투’의 재연에서 ‘한니발의 야만군대’를 이끌고 스키피오의 로마군단을 쳐부순 우두머리가 다름 아닌 로마의 위대한 장군이었던 막시무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마 시민은 막시무스에게 열광한다. 스키피오 로마군단의 전멸이라는 ‘라이브 콘서트’의 ‘공연 참사’에도 아랑곳 않는다.
 

그날로부터 로마에 ‘막시무스 열풍’이 몰아친다. 노예검투사 막시무스가 검투경기에서 그들의 황제 코모두스를 조롱하고 무참하게 죽여버리는 꼭두각시 놀음까지 거리에서 벌어진다. 당황한 코모두스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막시무스에게 열광하는 시민들에 섭섭하다 못해 분노하고, 막시무스의 등장으로 뭔가 변화를 기대하고 술렁이는 원로원도 괘씸하다. 

더욱이 한때 막시무스의 연인이었던 사랑하는 누이 루실라도 코모두스를 미치게 한다. 실망, 분노, 증오, 질투가 뒤범벅이 돼 코모두스를 짓누른다. 황제의 공연기획 자문위원 카시우스가 또 한번 묘책을 올린다. 막시무스를 역사상 유일무이한 무패의 기록으로 은퇴한 최강의 검투사 티그리스와 대결시켜 로마 시민 앞에서 정당하게 제거하자는 게 묘책의 골자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 티그리스에게는 호랑이 2마리까지 붙여준다. 

그러나 또 한번의 ‘공연 참사’가 발생한다. 막시무스는 티그리스와 호랑이까지 무찌른다. 콜로세움은 2002년 한국축구가 이탈리아를 격파한 경기장만큼 뒤집어진다. 경기장에 내려와 친히 막시무스를 마주한 코모두스는 정말 끔찍하게도 질긴 막시무스에게 이를 간다. 

그리고 ‘최후의 병기’인 막말을 꺼내든다. “네 아들은 목 매달 때 계집애처럼 울었다고 하더라. 네 아내는 군인들에게 강간당하면서 좋아했다고 하더라.” 막시무스가 이성을 잃고 황제의 멱살이라도 잡기를 유도한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막말과 모욕이다. 막시무스가 황제에게 “f○○○ you” 한마디라도 날리면 도열한 근위병들은 정당하게 노예를 죽여버릴 수 있다. 

그러나 막시무스가 누구인가. ‘너의 적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그를 닮지 않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긴 현자 황제 아우렐리우스를 아버지처럼 모신 충복이 아닌가.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의 막말에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다시 지하감옥으로 향한다. 코모두스는 또다시 좌절한다.
 

막시무스의 등장을 계기로 원로원 의원 가이우스와 그라쿠스, 코모두스의 누이 루실라 공주 등이 쿠데타를 기획하지만 코모두스에게 발각된다. 코모두스는 사랑하는 누이 루실라가 전 연인이었던 막시무스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으려 했다는 점에 분노한다. 코모두스는 루실라가 생명처럼 여기는 어린 조카 루시우스를 한팔로 껴안고 루실라를 마주한다. 

그는 루시우스에게 로마 선조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마 4대 황제였던 클라우디스 황제를 소환한다. 자신을 클라우디스 황제와 등치시킨다. 

클라우디스는 그 유명한 미치광이 폭군 칼리귤라 황제가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놓은 로마를 나름대로 잘 수습한 명군으로 통한다. 칼리귤라 황제는 자신의 자리를 넘볼 만한 모든 황족을 죽여버리는데 절름발이로 태어난 데다 항상 침을 흘리고 심하게 말을 더듬었던 클라우디스는 안심하고 살려둔다. 

나름대로 학식도 있고 똑똑했지만 평생 인정받지 못하던 클라우디스는 그렇게 얼떨결에 황제가 된다. 코모두스는 나름대로 똑똑했지만 평생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지금도 무시당하는 슬픔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클라우디스 황제는 ‘여복’ 없었던 황제로도 유명하다. 그의 아내 발레리아(Valeria)는 상식을 초월하는 여인이다. 대단한 색녀로 알려진 그녀는 로마 최고로 알려진 창녀를 사창가로 직접 찾아가 하룻밤에 몇남자를 상대할 수 있는지 ‘섹스 배틀’을 벌인 엽기적 사건으로 유명하다.

또한 클라우디스가 지방에 간 사이 애인과 궁정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을 만큼 클라우디스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모욕했다. 그럼에도 클라우디스는 그녀의 모든 걸 용서할 만큼 관대한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발레리아가 죽고 재혼한 아그리피나(Agrippina)에게도 배신을 당하고 만다. 아그리피나가 데리고 온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클라우디스를 독살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들이 그 유명한 네로 황제이고, 아그리피나는 결국 아들 네로에게 죽임을 당한다.

 

종합하면 코모두스는 누이 루실라에게 클라우디스 황제의 흑역사에 빗대 다음과 같이 말한 셈이다. “나는 클라우디스이고 너는 발레리아+아그리피나이다. 너는 발레리아처럼 음탕하고, 아그리피나처럼 자기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관대한 황제를 악랄하게 죽이려 한 ○, 그리고 너는 네 아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루실라는 모욕감으로 사색이 된다. 최악의 언어폭력이다.

많은 경우 ‘언어폭력’은 신체적 폭력보다 더 악랄하고 가혹하다. 웬만한 신체적 폭력을 당해도 사람이 죽진 않지만 ‘언어폭력’을 당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만큼 상처가 되고 견디기 힘들다. 

우리나라 인터넷에선 거의 ‘코모두스급’ 막말과 언어폭력이 넘쳐난다. 가족을 들먹이고, 넘겨짚고, 악랄하고 저급한 ‘비유’를 들이대고, 저주를 퍼부어 당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코모두스의 언어폭력을 극복한 막시무스와 루실라는 실로 강철멘탈의 소유자들이다.

희대의 ‘프로 막말러’ 코모두스의 최후는 비참하다. 막시무스와의 결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로마 시민은 ‘프로 막말러’의 시신을 콜로세움 경기장 흙바닥에 들개 사체처럼 내버려 둔 채, 막시무스의 시신만 예를 갖춰 운구한다. 더 비참한 말로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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