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뿔쇠오리 등 야생 조류가 길고양이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문화재청 등이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계획을 세우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철새와 고양이 보호대책 촉구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21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마라도 고양이 몰살 위협을 중단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행동은 "뿔쇠오리 등 섬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함께하지만,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행동은 "문화재청 등은 반출한 고양이에 대한 가정 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말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양이 반출이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몰아내야 할 만큼 뿔쇠오리 멸종에 고양이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행동은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세 차례의 중성화 후 재방사(TNR)를 통해 마라도 고양이 95% 이상 중성화를 완료한 결과 개체 수가 감소 추세에 있음을 확인했다"며 "고양이로 인한 조류 위협 수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뿔쇠오리 개체 수 감소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고양이를 반출하려면 실행 가능한 안전한 보호 방안을 수립해 공개할 것을 문화재청에 촉구했다.
전국행동에는 현재 전국 40여개 동물보호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앞서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서귀포시,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도래 시기를 고려해 마라도 길고양이를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합의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