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에 함께 참전해 북한군과 맞서 전사한 ‘호국의 형제’ 고(故) 허창호(형)·허창식(동생) 하사가 73년 만에 넋으로 만나 국립제주호국원에 나란히 잠들었다.
국방부는 28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유가족, 군 주요 인사,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제주보훈청장과 보훈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 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가졌다.
이번 안장식은 이들 형제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호국의 형제’라고 명명됐다. 또한 ‘호국의 형제’ 묘역이 영원히 기억되고 숭고한 정신을 일깨워 주는 호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묘비 앞에 고인의 조카가 쓴 추모글과 전투 경로 등이 새겨진 추모석이 설치될 예정이다.
안장식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두 형제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마련됐다. 6·25전쟁 전사자 형제가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최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고(故) 김봉학·김성학 일병에 이어 6·25전쟁 호국의 형제 묘역이 국립묘지에 네 번째로 조성됐다.
두 형제 중 형인 고 허창호 하사는 1931년생으로 6·25전쟁 발발 직후 1950년 9월 제주도에 있는 5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고인은 1951년 1월, 11사단이 전북 순창 지역에서 후방을 교란한 공비들을 소탕하는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서 만 1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58년 제주 충혼묘지에 안장됐다.
동생인 고 허창식 하사는 1933년생으로 형을 뒤따라 같은 달 제주 5훈련소에 입대해 똑같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전남 영암에서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한 고인은 형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강원 양양으로 이동했다. 1951년 5월 동해안으로 진격하는 과정 중 강원 인제 저항령 일대에서 북한군 6사단을 상대로 싸운 설악산 부근 전투에서 만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전사했다.
60여 년이 흐른 2011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12사단 장병 100여 명이 동생 고 허창식 하사의 유해를 강원 인제 저항령 정상에서 발굴했다. 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2021년 4월, 형의 유해를 찾겠다는 심정으로 동생 허창화(88) 옹이 서귀포시 서부보건소를 찾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이후 발굴한 유해와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고 허창식 하사로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신범철 차관은 “두 형제가 조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참전한 지 73년 만에 고향인 제주에서 넋으로나마 상봉하게 됐다”며 “이들의 형제애와 고귀한 희생정신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더욱 정성스럽고 뜻깊게 모셔드리고자 한자리에 나란히 안장했다”고 말했다.
막내 동생 허창화 옹은 “이제 고향에서 마음 편히 서로가 손잡고 깊은 잠 드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죽기 전에 두 형님을 나란히 모실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고생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최대 1000만원이 지급된다. 관련 내용은 국유단 대표 전화(☎ 1577-5625)로 문의할 수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