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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26만3000가구 중 15.6% '반려인' ... 합법 장묘시설 없어 화물칸에 실어 뭍으로 원정
부지 선정부터 우여곡절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 계획은 2024년 완공, 첫 삽도 2024년 초?

 

"20년 가까이 가족으로 지냈는데 마지막 이별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수화물로 뭍까지 보내야 합니까? 반려동물 친화도시라면서 아직까지도 장례식장이 없다니요."

 

말티푸 '코코'와 함께 한 지 어느덧 19년. 제주도민 A(37)씨는 축 쳐져 숨을 헐떡이는 코코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코코가 기력이 다한 것 같으니 이제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

 

노견인 코코는 이미 2년 전부터 치매와 함께 각막궤양, 폐렴을 앓고 있었다. 수의사는 "입원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도 있지만,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며 넌지시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주실 거면 빨리 움직이셔야 한다. 제주도엔 정식 동물 장례식장이 없어 비행기를 타고 뭍으로 가야 한다. 그게 아니면...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A씨는 코코를 안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뒤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동물 장례절차를 알아보던 A씨는 의사의 마지막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폐기물 관리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의 사체를 집 앞 산이나 들에 매장하는 것은 '불법 투기'에 해당한다. 본인 소유의 땅에 매장하더라도 불법이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3가지다. 

 

반려동물이 병원에서 죽는 경우에는 병원 측에서 의료용 솜, 주사기와 같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죽을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생활쓰레기봉투 등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장묘업으로 정식 등록한 장묘업체를 통해 화장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도내에 합법 장묘업체는 없다. A씨는 인터넷에 광고 중인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장례업체를 발견했으나 좀 더 찾아보니 불법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봉고차를 개조해 반려동물 화장시설을 만들고 반려동물 장례와 화장 서비스를 제공한 불법 업체가 적발돼 제주시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제주도민이 정식 장묘업체를 이용하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고 뭍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비행기로 이동할 경우 반려동물의 사체가 부패되지 않게 아이스팩 등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로 잘 포장한 후 화물청사의 화물기를 통해 옮겨야 한다. 

 

"코코가 평생을 자란 제주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아무리 알아봤지만 마음 아프지 않은 방법이 없었다"면서 "19년간 함께 한 가족을 누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서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21일 기준 70곳이다. 

 

지자체 별로는 ▲경기 24곳 ▲경남 9곳 ▲경북 6곳 ▲전북 6곳 ▲충북 5곳 ▲충남 4곳 ▲강원 3곳 ▲전남 3곳 ▲인천 2곳 ▲세종 2곳 ▲대구 1곳 ▲광주 1곳 ▲울산 1곳 등이다. 

 

제주를 포함한 서울, 부산, 대전만 '0곳'이었다. 

 

 

통계청 제주사무소가 지난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전체 가구는 26만3000가구로 이 가운데 15.6%인 4만1000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가족인 셈이다. 

 

도내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2018년 2만3264마리에서 2022년 5만3029마리로 2.3배 늘어났고, 관련 업체 수 또한 2018년 155곳 에서 지난해 302곳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제주지역 반려동물 관련 업체는 지난해 기준 각각 동물미용업 140곳, 위탁관리업 93곳, 판매업 27곳, 전시업 16곳, 운송업 19곳, 생산업 7곳 등이 있다.

 

반려동물을 잘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업체는 많지만, 그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배웅할 수 있도록 돕는 업체는 없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은 넓어졌으나 장례업체는 여전히 기피시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장례시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설도 반발이 큰데 반려동물 대상 장례시설은 더 어렵다"면서 "지자체가 반려동물 대상 장례시설 건립을 추진하더라도 주민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사례가 전국에 걸쳐 여러 번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에서도 반려동물 장례식장 건립이 몇 년째 지지부진하다. 계획은 5년 전에 세웠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앞서 제주도는 2018년 동물 장례식장 설치 등을 담은 동물복지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그간 제주도내 유기견과 유해 야생동물은 도내 쓰레기 매립장에 묻혔는데, 매립장 포화 문제와 함께 전염병 전파, 수질 악화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도는 그 이듬해부터 동물장묘시설 조성사업 부지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매번 좌초됐다. 서귀포시 여러 마을과 장례식장 건립 협의를 벌였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매번 백지화됐고, 이듬해에는 제주시 애월읍의 한 마을을 장례식장 부지로 낙점했다가 주민총회의 반대로 없던 일이 됐다. 

 

실제 2021년 제주시 한 마을 인근 부지에 동물장례식장을 짓기 위해 주민들과 협의를 벌였으나 주민총회에서 반대 결정이 내려지면서 백지화됐다. 

 

이와 별개로 민간업자가 도내에서 동물 장례식장을 건립하려다가 주민 반발로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드디어 동물 장묘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마을이 나왔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에서 2021년 3월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유치 희망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어음2리 마을회는 사업설명회, 선진시설 견학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마을 총회를 통해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도는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신축 사업 예정지를 제주시 애월읍 어음2리 지역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도는 90억원을 들여 애월읍 어음2리 1만2000m² 부지에 동물보호센터, 공설 동물장묘시설 등 2개 시설을 2024년까지 통합 신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부지 확정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제주도 관계자는 "동물보호센터는 내년 5월, 동물장묘시설은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1만2000m² 부지 내에서 동물보호센터는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 장묘시설은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규모는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오는 10월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센터, 공설 동물장묘시설을 '짓겠다'고는 결정했지만 시설물의 규모, 배치, 형태와 공사방법과 기간, 공사비, 유지관리 등의 구체적인 실시 설계는 미완성이란 뜻이다. 도에 따르면 이 결정이 오는 10월 초에 나고, 그 이후에나 시공사가 선정된다. 모든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졌을 때를 가정했을 때 빨라야 올 연말, 혹은 내년 연초에나 첫 삽을 뜨는 게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는 완공 시기에 대해 "계획은 내년이다. 지연 등에 대해서는 확답을 할 수 없다. 구체적인 시기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동물보호센터 우선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여 제주 반려인들의 고민은 다소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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