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중인 영아에게 담당의사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간호사들이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형량을 줄이지 못했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이재신 부장판사)는 23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병원 간호사 진모씨와 강모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각각 징역 1년 2개월과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간호사 양모씨에 대한 항소도 기각, 징역 1년형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범행 내용, 피해 결과의 중대성, 피해 보상 등을 종합했을 때 원심 형량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중인 영아가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 의사는 '에피네프린'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다.
하지만 간호사 진씨는 처방과 달리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등 심장 기능이 멈췄을 때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진씨와 같은 팀의 선임인 강씨는 약물 투여 후 피해영아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간호사인 양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진씨, 강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강씨는 진씨, 양씨와 공모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영아는 상태가 악화되면서 약물 과다 투여 이튿날인 지난해 3월 12일 숨졌다.
이들 피고인은 영아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실을 위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약이 잘못 투여돼 영아가 사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간호사들의 은폐행위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들이 환자를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투약 사고 후 이를 은폐해 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간호사 진모씨와 강모씨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하고 유기치사 혐의는 무죄로 봤다. 수간호사 양씨에 대해서는 유기죄만 성립한다고 1심 재판부는 판단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