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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숫자 조정에 개입하는 등 퇴행적 선거 민낯 드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대한 1심 공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그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찰·변호인과 논의 끝에 오 지사 기소 1년 만인 다음달 22일 오후 2시께 이 사건 심리를 끝내는 결심공판을 열기로 했다.

 

결심공판은 검찰이 피고인에게 구형하고, 변호인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을 듣는 절차다. 앞으로 결심공판 전까지는 두 차례 증인신문만이 남아 있다.

 

재판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1심 선고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월 초께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선거 운동이냐 아니냐, 개입했냐 안 했냐

 

오 지사는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정모 제주도 중앙협력본부장, 김모 대외협력 특보와 함께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5월 16일 선거사무소에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력 업무협약식'을 열고 이를 언론에 보도되게 해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는 오 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모씨는 이 협약식을 기획했으며, 사단법인 단체 대표 고모씨는 협약식 개최 비용 550만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 자금으로 이씨에게 지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고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는 국비와 지방비 등 수십억원이 투입돼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곳이다.

 

검찰은 이를 고씨가 오 지사를 위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오 지사는 이를 수수한 것으로 판단해 오 지사와 고씨에게 각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오 지사 등이 같은 해 3월 29일 오 지사의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모여 모종의 협의를 한 후 약 두 달 뒤 이를 구체화해 협약식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오 지사 등은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 대비한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캠프 내 선언문 작성자를 지정하고 초안을 만들어 이를 여러 단체를 통해 발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불법 경선 운동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오 지사 측 변호인은 "협약식에 참석한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선거운동을 전제로 협약식을 기획해 개최했다는 공소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단체의 지지 선언은 자발적 지지 선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과 김 특보, 고씨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 피고인은 "지난해 3월 사무실에서 서로 만난 적은 있지만 선거운동을 논의한 적은 없으며 오 지사로부터 협약식에 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협약식과 오 지사와는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또 도내 단체 지지 선언과 관련해서는 "지지선언문을 갖고 오자 초안을 수정·보완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협약식을 기획한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이씨는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해외에 체류 중인 상황을 고려해 3차 공판 때부터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 지사직 걸린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될까

 

반년이 넘도록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은 오 지사가 협약식 개최나 지지 선언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양측 주장이 서로 팽팽히 맞서면서 오 지사에게 지사직이 걸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 될지 여부는 안갯속이다.

 

다만, 유.무죄를 떠나 오 지사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 지사 측 선거캠프는 지난해 5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 후보가 제주 향토기업과 제주 이전을 희망하는 수도권 기업 등과 간담회를 갖고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 상 협약 주체였던 오 지사는 법정에 서자 협약식이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오 지사 측 변호인은 "행사 주최 측이 캠프와는 무관하게 오 지사가 참여하는 협약식을 추진했지만, 지사 후보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를 상정하기 어려워 간담회 참석으로 방식을 변경했다"며 "다만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협약식이 이어지면서 오 지사가 인사 발언 정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지사는 협약식 자리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제주와 청년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가 나서 해야 할 일이며, 지금부터 반드시 실현해야 할 현안 과제"라며 "제가 발로 뛰면서 직접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꿈같은 이야기로 판명이 났다.

 

협약식 참여 11개 업체 중 상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업체는 1인 기업이거나 연매출액이 1억원도 안 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대표가 사기꾼인 곳도 있었다.

 

오 지사가 이를 알았던 몰랐던 오 지사 이름을 내건 협약식이 사실은 엉터리였던 것이 드러나면서 도민 신뢰에는 금이 갔다.

 

이뿐만 아니라 오 지사 선거 캠프 측은 오 지사를 지지한 보육교직원 숫자 조정에 개입하고, 지지 선언 날짜를 임의로 바꾼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 지사가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오 지사의 뜻이라 생각해 이 과정에 가담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만약 오 지사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그동안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증언과 증거는 퇴행적 선거 문화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 지사 측도 이를 의식한 듯 피고인 신문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오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신청할 것에 대비해 다음달 8일도 공판 기일로 잡았지만, 오 지사 측 변호인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진술한 조서를 재판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을 뿐 아니라 오 지사가 진술을 거부할 소지가 커 실익이 거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오 지사 입에서 직접 "캠프에서 진행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진술이 나올 경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에 도민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 신문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지사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2시께 열릴 예정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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