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수렵장이 사실상 2년 연속 문을 닫는다. 잇따른 '묻지마 범죄'에 불안한 사회적 분위기 영향이다.
제주도는 매년 11월 개장하는 수렵장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제주지역 수렵장은 산지를 중심으로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운영된다. 수렵 가능 지역은 국립공원, 도시지역, 문화재 보호지역 등 수렵금지 지역을 제외한 56만3935㎢다.
수렵이 가능한 동물은 멧돼지, 숫꿩, 멧비둘기, 오리류 2종(청둥오리, 흰뺨 검둥오리), 까치, 참새, 까마귀 등이다. 수렵시간은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로 제한되고, 수렵장 출입 시 총기는 1인 1정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도 관계자는 "유관기관 의견을 수렴해 일단 수렵장 운영기간 4개월 중 2개월은 문을 닫기로 확정했다"면서 "내년 1∼2월 개장 여부는 오는 12월 중 다시 의견을 모아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6일 도가 수렵장 개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연 유관기관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개장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잇따른 '묻지마 범죄'로 불안감이 증폭된 사회적 분위기에 더해 혹시 모를 오발사고 등을 고려해서다.
또 만약 부득이하게 수렵장을 열 경우 수렵인 수나 수렵기간을 제한하는 등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회의에 참석한 마을 이장단 등은 "지난해 수렵장을 열지 않아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서라도 수렵장을 개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도는 상반된 양측 주장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미개장을 결정했다.
1967년 개장한 제주지역 수렵장은 2020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53년 만에 처음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2019년에는 코로나19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수렵장 운영 기간 4개월 중 2개월만 문을 열었다.
제주도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면서 2021년 수렵인 수를 제한해 수렵장을 재개장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수렵장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러자 수렵인들이 제주로 몰려들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지난해에는 수렵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실제 수렵장이 운영된 2021년 12월15일부터 지난해 2월28일 사이 어린이집 차량 내에서 탄피가 발견되고, 가축이 피해를 당하거나 총포 소음 민원이 발생하는 등 관련 신고가 170건 접수됐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