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가 민선 8기 제주도정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제정위)'의 공동위원장직을 돌연 사임했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강 주교는 지난 8일 제정위 공동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민선 8기 제주도지사 공약 7대 핵심과제 중 하나인 도민참여형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한 기구다. 지난 8월 30일 출범했다.
제주4·3이 지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계승해 인류 보편적인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제주의 미래가치로 확립하고, 세계 속의 인권도시 구현을 위해 도민 행동강령과 규범을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강우일 천주교 주교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도의회,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위원과 평화, 인권, 4·3분야 전문가 등 모두 35명으로 구성됐다.
강 주교는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제주4·3 평화재단의 이사진 임명 등 인사권을 둘러싼 도와 재단 측의 갈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사임서에 대한 내부보고 단계에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어떤 해석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4.3평화재단의 갈등 사태는 도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재단은 재단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전국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사와 이사장을 선임하고 있다. 재단은 관련 조례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150억 원을 출연해 운영된다. 추가 진상조사 사업, 추모 및 유족 복지 사업, 문화 학술 연구, 평화 교류·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제주4.3평화재단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서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심층컨설팅 결과를 내놨다. 또 재단의 인력구조 개편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도는 재단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한 후 도지사가 임명하는 내용의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2일 입법 예고했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게 됐다며 지난달 30일 오 지사와 면담을 나눴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4·3평화재단은 지난 3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오임종 전 제주4·3유족회장을 선출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