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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옛 모습 그대로 600년간 명맥 이어온 민속마을
"국가 문화재 40년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한 게 없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이자 관광지로서 600년 전통을 이어온 성읍민속마을이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문화재 보호와 마을 정비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혈세만 낭비했을 뿐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주민과 학계에서 쏟아져 나온다.

 

600년 전통이 천 년 이상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성읍민속마을의 과제는 무엇일까.

 

◇ 600년간 명맥 이어온 민속마을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을 그린 기록 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의 '정의조점', '정의양로', '정의강사'는 옛 제주현성에서 거행된 행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정의조점은 이형상 목사가 정의현을 둘러보며 군사시설을 비롯한 각종 제반 사항을 점검하는 모습을, 정의양로는 정의현성에서 치러진 노인잔치 광경을, 정의강사는 동짓날 정의현에 머물며 시행한 강사(講射), 즉 글 외우기 시험과 활쏘기 시험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그림에는 동문·서문·남문과 함께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정의현성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당시 성안에 수많은 민가가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의현감이 집무하는 현아(縣衙), 교육시설인 향교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성 밖에도 민가가 형성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영천천미(靈泉川尾)라고 표기한 하천(지금의 천미천)이 성(城)을 빙 둘러 감싸흐르고, 성 양쪽에 영주산(瀛洲山)과 달산망(達山望)이 있다.

 

1702년 당시 정의현 내 민호가 1436호, 전답은 140결, 성장(城將, 성을 지키는 장수) 2인, 성정군(城丁軍) 664명, 목자(牧者)와 보인(保人) 190명, 말 1178필, 흑우 229수, 창고의 곡식 4250여석에 달했다고 탐라순력도는 기록하고 있다.

 

정의현은 오늘날 서귀포 동쪽 일대를 일컫는 조선시대 제주의 행정구역이다.

 

태종 16년인 1416년 제주를 제주목·대정현·정의현 등 3개 행정구역으로 나눌 때 정의현청은 지금의 자리가 아닌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에 있었다.

 

하지만 조선 초기 왜적의 침입이 빈번해 피해가 막심했을 뿐만 아니라 성안에 샘물이 없어 성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1423년 1월 성을 지금의 표선면 성읍리로 옮겼다.

 

 

당시 성의 규모는 둘레가 2520척(764m), 높이 13척(4m)이었다.

 

정의현성은 1914년 군현제가 폐지될 때까지 약 500년간 조선시대 정의현청 소재지로서 그 역할을 했다.

 

이어 지금은 '성읍민속마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600년간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그 명맥을 이어왔다.

 

1980년 5월 6일 마을 전체가 지방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된 뒤 1984년 6월 7일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88호로 승격되면서 문화유산으로서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현청이 있었던 일관헌, 교육기관인 정의향교, 정의현성 등이 복원됐고 수백채의 제주전통초가, 제주민요, 오메기술, 고소리술, 동·서·남문에 각 4점씩 배치된 원형 그대로의 돌하르방, 초가장 등 유·무형 문화재를 풍부하게 간직하고 있다.

 

일관헌 주변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팽나무는 모두 천 년 가까이 된 오랜 나무로 천연기념물 제161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민속촌과는 달리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들렀을 때 더욱 제주다운 모습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었다.

 

 

◇ 구호만 요란했던 세계유산 도전

 

성읍민속마을처럼 마을 전체를 '민속마을'로 지정한 곳은 전국적으로 8곳이다.

 

제주의 성읍민속마을을 비롯해 안동 하회마을(경북), 경주 양동마을(경북), 성주 한개마을(경북), 영주 무섬마을(경북), 영덕 괴시마을(경북), 고성 왕곡마을(강원), 아산 외암마을(충남) 등이다.

 

이중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10년을 전후해 제주에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 바 있다.

 

제주는 2008년 당시 성읍민속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원년으로 삼고 2015년 등재를 목표로 대대적인 원형 복원작업을 벌이고 체계적인 보존·정비를 위해 제2차 종합정비계획(2013∼2022년)을 수립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구호만 요란했을 뿐 계획대로 투자와 실행이 일관성 있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2차 종합정비계획 기간 가옥·성곽 정비, 토지 매입, 관아시설 복원 등에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애초 투자계획(604억8600만원) 대비 절반 수준인 350여억원에 불과했다.

 

마을 관리 업무도 제주도에서 행정시로, 행정시에서 다시 제주도로 오락가락하는 등 연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했다.

 

 

전통·문화·사람의 공존이라는 대원칙 없이 초가 원형 보존이라는 원칙만을 강조한 나머지 주민들 불편이 가중됐고, 결과적으로 불법건축물만 늘고 주민들도 떠나보내는 지금의 현실을 낳았다.

 

게다가 마을 전체가 문화재이자 관광지라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특색없는 민속마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읍민속마을을 찾은 관광객들도 지역주민도 문제를 지적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 정모(27)씨는 "제주만의 고풍스러운 멋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비가 잘 돼 있지 않은 느낌"이라며 "곳곳에 허물어진 집도 있고 마을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즐길거리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가족 방문객은 "전통 활쏘기 체험장이나 몇 개 공방에 들렀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그냥 나왔다"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둘러보기만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윤식 성읍1리장은 "(국가지정 민속마을 된 지) 40년이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네번은 바뀌어야 할 시간 동안 도무지 변한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처음 찾은 사람들이야 다소 신기한 점이 있었겠지만 두세번 다시 와도 달라진 게 없으니 누가 또 관광하러 우리마을에 오겠느냐"며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서도 "10년간 막대한 혈세만 투입됐을 뿐 성과가 없다"며 성읍민속마을 관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성읍리를 지역구로 둔 강연호 도의원은 "국비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도 크다. 현재 성읍마을의 체계적인 보전·정비사업 추진방향을 재정립하고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성읍마을 제3차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중이지만 얼마나 나라에서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주민들이 법적인 제약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감수하고 있다"며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배려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화와 전통, 사람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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