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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일던 분양형 호텔, 붕괴 서막 ... 10년 지난 제주도 분양호텔 현실(상)

분양형 호텔의 숨겨진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투자와 수익의 꿈이 아닌, 그 뒤에 감춰진 분양형 호텔의 현실과 이면을 파헤칩니다. 화려한 광고와 높은 수익률 약속 뒤에 감춰진 위험과 투자자들의 눈물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또 분양형 호텔의 구조와 문제점도 탐구합니다. 연속 시리즈 기획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 편집자 주

 

 

2017년 7월 제주도의 한 분양형 호텔 앞.

 

수십 명의 투자자들이 법원 집행관과 함께 호텔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호텔 직원들은 출입문을 봉쇄하며 그들을 막았다.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자 당시 분양사는 연 11%의 고수익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투자자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실망이 가득했다.

 

분양형 호텔, 지금은? =7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제주 분양형 호텔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분양형 호텔은 개인 투자자가 객실을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운영업체를 통해 수익을 얻는 부동산 상품이다. 2013년 정부가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호텔 객실 분양을 허용하면서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다.

 

제주도내 분양형 호텔의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50여곳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분양형 호텔 약 300여곳 중 절반을 넘는 수치다. 사실상 제주도가 분양형 호텔의 중심지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극심한 경영난에 고심중이다.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당시 중국인 관광객의 급증과 한류 붐으로 숙박 수요가 높아지자 분양형 호텔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고도 호텔 객실을 소유하고, 운영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 호텔 수분양주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객 급감, 과잉 공급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으로 호텔 운영은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약속된 수익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서귀포시의 한 분양형 호텔은 분양 당시 1년간 수익률 10%, 이후 5년까지 5%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영업난 속에 수익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자 투자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운영사에 객실 임대차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직접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수익금은 여전히 지급되지 않고 있다.

 

해당 호텔 분양주 이모씨(48)는 "분양단에서 법인을 만들어 호텔 운영에 뛰어들 때만 해도 많은 부분이 개선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내부 운영의 문제점도 드러나면서 결국 수익금은 계속 '0원'이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분양주 최모씨는 "우리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운영사는 수익을 챙기고 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분양주들은 수익금을 분배하지 않는다며 호텔을 점유하자 운영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고, 투자자들도 맞고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제주시 노형동의 한 호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제주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투자자들과의 분쟁으로 얼룩져 있다. 분양 당시 전 객실이 분양 마감됐다. 하지만 이후 분양 해지 소송과 투자금 반환 요청이 이어졌다.

 

해당 호텔의 한 분양주는 "공사비와 인테리어 비용, 홍보비 등을 제외하면 250억원이 남는다. 그런데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2019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 분양형 호텔 로비에서는 큰 사건이 벌어졌다. 호텔 운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던 시행사 측 운영업체 대표 A씨가 투자자들이 내세운 운영사 직원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A씨는 자신을 말리던 투자자 측 운영사 대표 C씨에게도 주먹을 휘두른 후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현재 해당 호텔들은 호텔 명을 바꿔 운영 중이다. 그러나 수익금 지급문제는 지금도 여전하다.

 

 

전국은 지금 분양형 호텔 분쟁중 = 분양형 호텔의 문제는 제주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유명 관광지에서 저렴한 분양가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문구를 내걸었던 분양형 호텔들이 경매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강원도 평창, 태백, 제주도 서귀포 등 관광지에서 여러 번 유찰을 겪었음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분양형 호텔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매 매각기일이 정해진 분양형 호텔 및 리조트는 약 200건에 달한다. 이 중 분양형 호텔만 추려보면 약 60건을 차지한다. 특히 제주 지역의 분양형 호텔 객실 경매 건수는 80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도 분양형 호텔은 인기가 없어 여러 차례 유찰되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의 한 분양형 호텔은 첫 감정가 200억원에서 시작해 네 번의 유찰 끝에 최저 입찰가 8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매각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초기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한다고 해도 현재 해당 호텔을 운영하는 업체와의 갈등으로 수익률이 저조할 수 있다"며 "운영업체의 능력과 건물의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분양호텔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해자는 6만명, 피해액은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분양호텔총연합회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고 비유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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