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실시하는 유연근무제 신청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무원과 공무직 간 근무 환경 격차가 심화되고, 부서 내 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공무원 대상 각종 유연근무제 이용 건수가 9175건으로 2023년 3873건에 비해 약 2.4배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도는 지난해 7월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매주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해당 제도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간 하루 9시간(기존 8시간+1시간) 근무한 뒤 금요일에는 4시간만 일하고 조기 퇴근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서별로 직원의 30% 이내에서 신청 가능하다.
또 미취학 자녀를 둔 공무원은 주 1회 재택근무가 허용된다. 관공서 외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어나더오피스' 제도도 운영 중이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혁신적인 근무 문화 개선은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조직 효율성과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근무 문화 변화가 공무원과 공무직 간의 근무 환경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공무직 인원이 약 6000명에 달해 전국 최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무직은 유연근무제와 같은 혜택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 공무직협회 한 관계자는 "공무직은 주어진 근무 시간과 장소에서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공무원이 누리는 유연근무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부서 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공무원은 업무 효율성과 삶의 질 개선 효과를 보고 있지만 공무직 직원들은 이를 역차별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공무원의 업무가 공무직으로 전가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무직은 정규직 공무원과 달리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 조건이 설정된다"며 "유연근무제의 적용 여부는 근로계약, 부서 정책, 또는 기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직 대상의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제주도내 공공기관 공무직 A씨는 "공무직도 유연근무제에 준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업무 배분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등 조직 내 형평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