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의 어휘 사용이 연령과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고유의 언어적 특성과 세대 간 변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24년 국어 사용 실태 조사(어휘)' 결과에 따르면 어휘 사용이 연령과 성별, 지역적 특성에 따라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주 지역에서는 고유의 언어적 특징이 두드러졌다.
제주에서는 강원권과 함께 '그제, 어제, 오늘까지의 휴일'을 '삼 일'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전라권에서 '사흘'이라는 표현이 선호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제주 지역에서는 고유의 언어적 습관과 문화적 요소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반다리'를 지칭하는 새로운 표현인 '아빠 다리'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제주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라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세대 변화에 따른 어휘의 진화가 제주에서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성별과 세대에 따른 언어 사용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젊은 층은 식당이나 매장에서 직원에게 말을 걸 때 '여기요(저기요)'라는 중립적 표현을 주로 사용했지만 60대 이상은 여전히 '아가씨'라는 전통적 호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도 젊은 세대는 '완전', '짱', '개'와 같은 강조 표현을 즐겨 사용하는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정말', '진짜', '너무'와 같은 전통적 수식어를 선호했다. 이는 제주 지역의 언어 사용도 전국적 세대 차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전국 15~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지역적 변인뿐 아니라 연령, 성별과 같은 사회적 변인에 의해서도 어휘 선택이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