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 대한민국과 오만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이강인이 업혀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2/art_17425368409918_4c47b5.jpg)
"딱딱하고 잔디가 들린다."
20일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오만전이 끝난 직후,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믹스드존(Mixed Zone)을 빠져나오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경기장 상태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패스나 드리블이 매끄럽지 않았던 이유도, 경기 내내 유독 미끄러지는 장면이 많았던 배경도 결국 '잔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논두렁 잔디' 논란으로 A매치 개최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대체 경기장으로 고양종합운동장을 낙점했다.
![부상을 당한 이강인 뒤로 잔디가 파여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2/art_17425368405523_d8f095.jpg)
당시 협회는 "고양의 잔디 상태가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경기 도중 이강인은 잔디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그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부상 직후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이강인의 뒤편에는 잔디가 움푹 파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백승호는 "무게 중심을 실으면 잔디가 뜨고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고, 주민규도 "잔디 상태가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승현은 경기 전 훈련 도중 종아리 부상을 입어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상대팀인 오만 감독 역시 "공이 잘 튀고 스터드가 박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익숙한 잔디 상태와는 달랐다"고 언급했다.
A매치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이처럼 부상이 잇따르자 팬들의 비판도 커졌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 김모씨(33)는 "정말 잔디 상태가 최우선이었다면, 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아예 후보에도 오르지 않았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상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전경이다. [제주SK FC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2/art_17425370812166_06ad56.jpg)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월드컵경기장은 2002 한·일월드컵을 포함해 2017년 FIFA U-20 월드컵 등 국제대회를 유치한 바 있는 검증된 경기장이다. 2019년 잔디를 전면 교체한 이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그린 스타디움상'을 수상하며 그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제주는 이미 전국 체전, K리그, 동계 전지훈련, 국제대회 등 다양한 대회를 유치하며 충분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매년 겨울 1만7000명 이상이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를 찾고 있다. 축구, 농구, 야구, 태권도 등 종목도 다양하다. 제주시는 이들을 위해 체육시설 무상 제공, 공항~숙소 이동버스, 상해보험, 관광지 무료 입장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 경제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지난 동계 시즌만 해도 약 697억원 규모의 지역경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제주시는 분석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장 선정 기준에 대해 "접근성과 인프라, 선수들의 장거리 이동에 무리가 없도록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대전전 후반전 장면이다. 경기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잔디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KBS 스포츠 캡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2/art_17425408012233_5161d2.jpg)
제주는 인천국제공항 다음으로 이용객이 많은 제주국제공항을 갖추고 있다. 공항에서 제주월드컵경기장까지는 차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인천에서 고양까지의 수도권 이동보다 오히려 짧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단순히 '서울이니까', '수도권이니까'라는 이유로 경기장을 정당화하고, 입장권 수익만 고려한 결과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 팬 만족도 모두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제주월드컵경기장 관계자는 "2019년 잔디 전면 교체 이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외 다양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A매치 유치가 결정된다면 완벽한 준비로 임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요르단과의 예선 8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대한축구협회는 "고양은 경기 직전까지 눈이 많이 내려 잔디 상태가 최상이 아니었다"며 "수원은 그보다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축구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불과 하루 전, 협회가 '최고'라던 고양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처참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여운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화려한 관중석도, 대도시의 이미지도 아니다. 경기력과 선수 보호, 팬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진짜 축구에 최적인 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이 바로 '제주'일 수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슛팅 후 아쉬움을 드러낸 손흥민 앞에는 심하게 훼손된 잔디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312/art_17425375449214_d4c76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