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거지 누금구(婁金狗), 의협심을 발휘하여 의로운 일을 하다

  • 등록 2025.07.23 13: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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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56) 거지와 강호의 여러 부류 ④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양산(梁山) 안산(安山)진에 장제(張際)라는 인물이 있었다. 별명은 누금구(婁金狗)1)로, 집도 땅도 없어 관제묘에 거처하는 가난한 거지였다. 천상에 별 28수가 있는데 누금구는 누성으로 속세에 내려올 때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장제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양산의 호한이었다. 길을 가다가 불공평한 일을 보면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는 의협의 유풍을 가지고 있었다. 억지 쓰는 것을 보면 쌍지팡이 짚고 나섰다. 참견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하였다.

 

한 번은 그가 안산진 만(萬)사부 집에서 이발을 하고 있었는데 참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만사부가 누금구의 머리를 반 정도 깎고 있을 때였다.

 

동평(東平)쪽에서 관리가 나타나더니 이발소 앞에 말을 세웠다. 말에서 내리자마자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금구를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비켜라! 나가거라! 내가 먼지 이발하고 나서 해라!”

 

누금구는 어쩔 수 없이 쫓겨났다. 다 깎지 못하여 반이나 남겨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만사부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빙그레 웃으며 떠났다.

 

얼마 없어 누금구는 타원형 쟁반에 2만 전(錢)을 들고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몰라 만사부는 멍하니 서있었다. 누금구가 말했다.

 

“사부. 자, 받으세요! 이건 제 머리 반쪽을 이발해 준 값입니다. 다른 반쪽은 조금 있다가 반쪽을 다 깎으면 드릴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돈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떠났다.

 

관리가 멍하니 있다가 그 상황을 보더니 안색이 변하다. 이발하기 전에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잖은가. 신분에 따라 달라는 대로 줘야하지 않겠는가. 적게 주면 ‘싼 놈’의 머리를 깎았다고 욕을 먹을 게 뻔했다.

 

지금 머리 반쪽 밖에 깎지 않은 손님이 2만 전이나 주고 갔는데 남의 자리까지 뺏어서 머리를 깎고 있는 자기는 얼마나 주어야한단 말인가? 방법이 없었다. 머리를 다 깎고 난 뒤 어쩔 수 없이 은화 2원을 꺼내 이발사에게 건네주고, 기죽은 듯 힘없이 말 타고 떠났다.

 

알고 보니 2만 전은 누금구가 천지천(天地泉) 술집에서 임시로 빌린 돈이었다. 그렇게 분노도 발산시키고 관리의 약점을 이용하여 바가지를 씌워서 돈도 왕창 벌었다. 흡족하게 웃으면서 술과 안주를 실컷 샀다.

 

양산 동북쪽에 대안산이 있다. 남북 양쪽에 호수가 있는데 중간에 운하가 놓여있었다. 물고기나 새우를 잡기에 좋은 장소였다.

 

현지에 ‘물수리’〔어응(魚鷹)〕라는 별칭을 가진 조고(趙高)가 살고 있었다. 다섯 아들과 여섯 사위를 등에 업고 마을에서 제멋대로 행동하였다. 좋은 어장은 자신이 불법으로 점유하였다. 부근의 가난한 어민들은 격분했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답답해 할 따름이었다.

 

어느 해 초겨울 추운 날, 찬바람이 살을 에었다. 제방에서 어정거리던 누금구가 작은 붕어 쪼가리 두 마리를 들고서 팔고 있는 어민 왕오(王五)를 만났다.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어찌해서 작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잡지 못한 거여?”

 

왕오가 슬퍼하며 말했다.

 

“큰 물고기는 ‘물수리’가 먹어버리잖아요. 어떻게 해요?”

 

말을 하고 있을 때 조 씨 집안 큰아들 조대(趙大)가 큰 물고기 한 짐을 메고 오는 게 보였다. 왕오가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저께 내가 북쪽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데 저 치가 잡지 못하게 하잖아요. 말다툼하다가 저 치가 사람 수만 믿고 나를 때립디다. 자 봐 봐요, 내 눈구덩이가 아직도 퍼렇잖아요! 방법이 없다니까요. 건드리려야 건드릴 수도 없고, 싸우려 해도 저들을 이길 수 없으니. 어장을, 저 놈들이 다 점거해 버렸잖아요. 물고기를 많이 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죠!”

 

그날 밤, 북쪽 호수 어장에 시체가 걸려 있었다. 조대가 시체가 있는 풀 주변에 그물을 던져놓고 상앗대로 시체를 두들기니, 쏴쏴 물이 흐르면서 두 광주리가 가득 찰 정도로 물고기가 잡혔다. 그걸 누금대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튿날 밤, 조대가 또 같은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상앗대로 시체를 밀었지만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놀라 “어” 하면서 물속에 빠져버렸다.

 

배 위로 올라오려고 할 때, 잠수하고 있던 누금구가 발목을 잡고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조대는 죽을힘을 다해 제방에 오르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병으로 쓰러진 후 계속해서 “물귀신! 물귀신!” 소리만 질러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누수(婁宿), 누성(婁星),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열여섯째 별자리에 있는 별자리로 주성(主星)은 양자리의 베타성(β星)이다. 누금구(婁金狗)라고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leeac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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