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제주도청 금고 지정 대가로 해마다 출연하는 기금 15억원을 세입에도 잡지 않은 채 의회 승인 없이 농협과 협의를 통해 사용하고 있어 도지사의 선심성 비자금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윤춘광 의원(민주당·비례대표)은 22일 속개한 제주도 기획관리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도금고 유치에 따른 연간 15억원의 농협협력기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농협협력기금 문제는 지난 7월 도의회가 추가경정예산에서 삭감한 제주여성거버넌스 포럼 창립 예산을 농협협력기금에서 전용해 도가 집행한 것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지난 추경 예산 심의를 거쳐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 창립 관련 예산 7500만원을 전액 삭감했으나 올해 농협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5000만원을 지원했다.
우 지사의 여성정책 관련 공약사항인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은 도내 출신 여성 인재들의 세계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여성의 도정.사회 참여를 확대한다는 목표로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의회에서 삭감한 여성거버넌스 예산을 승인한 이유가 뭐냐”며 “농협기금을 도백 마음대로 쓰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또 “제주도가 지난해 1월 영자신문인 제주위클리 측과 신문 발행 지원 예산으로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기금으로 4억원을 지원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그는 “매년 15억원이란 돈이 들어오는데 도지사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나 마찬가지”라며 “도지사 비자금 용도로 사용하려면 기금을 아예 받지 말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이 기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든지 해야 한다”며 특별기금으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차우진 기획관리실장은 “예산 삭감 전부터 여성거버넌스는 어느 정도 활동을 하고 있었다”며 “농협협력기금에서 지원 요청을 통해 집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 실장은 “이 기금은 농협이 도 금고를 유치하면서 지역사회에 일정부분 기여하기 위해 출연하는 것으로, 기금 사용 시 농협과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며 “해당 기금에 대해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집행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