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제주인을 잘 살게 해준 ‘3가지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 ‘3가지 요인’이란 무엇일까?
10일 오후 제주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신구범 전 지사의 회고록 ‘삼다수하르방, 길을 묻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신 전 지사는 이날 자신을 ‘제주도 중독자’라며 제주도에 대한 애향심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제주도에 중독이 된 사람이다. 아들 셋 중에 하나는 제주지역 고등학교에 다니게 했다. 아들들의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제주도에 대한 사랑은 이군보 전 제주도지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지사가 기획감사실장을 지냈던 시절에 당시 이 실장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제주도에 중독자가 된 것”이라며 행사에 참석한 이 전 지사에게 감사를 뜻을 전했다.
신 전 지사는 “제주인을 잘 살게 해준 요인이 3가지가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제주도민’, ‘제주 공무원’을 그 3가지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개발철학을 배웠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업으로 제주도 면적의 70%에 감귤나무를 심게 했다. 당시 대한민국에는 감귤 시장이 없었다. 그런 지도자가 아니었다면 지난 40년 동안 뭘 먹고 살았겠느냐”며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계속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으로 어승생 저수지 얘기를 꺼냈다. 그는 “어승생 저수지를 박 전 대통령이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호텔 메모지에 그림을 그렸다. 내가 도청 과장 때 마무리 했다”며 “지하수를 마음 놓고 쓰고 있는데, 이것도 박 전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착공기 수입을 직접 지시해 뚫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 초년병 때 박 전 대통령의 개발이념과 개발정책을 배웠기에 도지사로 왔을 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면에 대해서는 “물론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면서도 “5.16쿠데타 시절에 비해 대한민국이 국력이 40배가 넘었다. 바로 그러하게 만든 분을 흠만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전 지사는 두 번째로 제주도민을 꼽았다. “그는 입발림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은 선하고 좋은 분들이다. 역사의 굴곡인 4·3사건, 출륙금지령 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터득한 지혜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지사할 때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당선될 때 같이 기뻐했고, 낙선할 때 위로를 해줬다. 뭘 해달라고 하신 적도 없다. 그런 분들이 왜 많은 어려움과 안타까워 해야 하는지, 정말 빚을 갚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은 첫 선거가 끝나고 ‘입성보다 수성이 어렵다. 잘 하십시오’라는 쪽지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 자리를 달라고 도와 준 것도 아니었다. 또 어떤 분은 마사회 사건으로 박철언과 붙을 때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신구범 물건인데 죽이면 안 된다’며 파면하지 못하도록 막아줬다. 당시 그 분을 몰랐는데 지사가 된 다음에야 알았다”며 “이런 분이 있었기에 공직 수행을 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뭘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이 제주도민”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지사는 마지막으로 ‘제주 공무원’이 제주인을 잘 살게 해준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자리에 참석한 김방훈 전 제주시장을 소개한 뒤 “도지사를 하면서 공무원이 일을 얼마나 잘 하는가를 절실히 느꼈다”며 “제주도 공무원은 기회가 없거나 자극이 없어 일을 못하는 것이다. 제대로 일할 기회를 주고 방향을 정해주면 누구보다 뛰어나게 일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자기 능력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면서 풍력발전기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것과 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던 채권 발행도 공무원들이 헌신적인 노력 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풍력발전 사업을 성공시킨 것이 공무원이다. 대한민국 상공부도 못하겠다고 한 것이 일개 계장이 설계까지 해 대한민국 상용 풍력발전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일본서 채권을 발행해 200억 엔을 가져온 것도 일개 주사보가 했다. 그 돈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 돈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를 관통하는 힘들은 박 대통령의 개발정신이고, 여러분(제주도민)의 순수한 힘, 그리고 공무원의 능력”이라며 “회고록은 제주도가 정말 앞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정리 했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