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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시평세평(5) ··· 폭정과 무사유의 광상곡을 멈추라

어이가 없다.

 

도민들이 그들을 향하여 ‘무뇌인간’이다. ‘영혼이 없다’라고 비아냥거릴 때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는 않았지만 갸웃거리기는 하였다.

 

그런데 아니다. 고개를 끄덕거렸어야 했다.
그들의 증세가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다.
이런 건강상태로는 내년 6월 도민의 재검진이 너무 까마득하다.
뇌뿐만 아니라 골수까지 악성 바이러스로 꽉 들어차서 병세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런데도 자기들은 건강하다고 악다구니 쓴다.
그러니 자기네 편에 서라고. 그래야 “××고교 출신보다 승진도 먼저하고, 수지맞는 계약도 해줄 수 있다”라고...
시장님의 이런 망발을 가능케 하는 사유구조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생각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다 그렇게들 한다. 그러나 참으로 불행하게도 생각하도록 하는 힘은 인간의 다른 능력에 비해 가장 약하다. 폭정 아래에서는, 생각하는 일보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일이 훨씬 쉽다.”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한 말이다.

 

그래, 원인은 폭정이다.

 

인간 한동주 시장님의 뇌 속에 숨어서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 바이러스의 정체는 막장으로 치닫는 폭정이다.
고속으로 승진하며 30년 넘게 스멀스멀 파괴된 영혼의 면역체계를 틈타 바이러스는 안착한 것으로 진단된다.

 

노추한 낙락장송의 지휘에 따라 미친 가지들이 합주하는 막장 광상곡이 온 산을 벌겋게 죽여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재선충 리더십! 그리고 재빠른 삭탈관직!
이게 어디 꼬리자르기로 해결될 일인가, 머리를 풀숲에 처박고 숨는 꿩의 몸통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기생(寄生)들이 알아서 기도록 다스리는 숙주(宿主)의 폭정아래에서 그 어떤 생각이 숙주를 향한 행동보다 효험이 있으랴. 행동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는데...
폭정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영혼이 삭정이가 되어버린 가지들이여!
숙주의 지휘가 격렬해지면 격렬해질수록 당신들의 광기가 악화되고 있음을 잊지 말라.
이제 그 무사유로 변주된 광상곡을 멈추고 악보를 보라.

 

[대한민국 헌법]

 

제7조 ①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①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당신들의 광상곡은 무균질의 대다수 공무원들을 소리도 없이 괴멸시키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균 같은 것이다.
그러니 제발, 폭정에 짓눌려 허약해져버린 공무원들의 사명감과 본분마저 짓밟지는 말라. 공무원 줄서기에 기대는 폭정으로 제주의 미래는 없다. 정말 없다.
당신들의 광상곡은 호(呼)와 흡(吸)을 아끼며 온 기운을 뿌리로 내리 모으고 있는 겨울나목과 같은 도민들에게는 능선을 타고 올라오는 칼바람 소리일 뿐이다.

 

아무리 떠난 애인이 간절해도 사나이 우는 마음을 부드러운 저음으로 불러야 ‘갈대의 순정’이 살아나지, 귀신 잡는 해병대창법으로 악다구니 쓰면 도민들 가슴에 순정은 가고 치정만 남는다.
칼바람에 숨 고르며 빈약한 양분이나마 조리차하였다가 새봄이 오면 싹눈을 틔울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악보대로 안단테 안단테, 적당히 느리게, 잃어버린 아니 잊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광활한 광야를 달리다

 

종종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곳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말을 타고 달려갑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와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했을까봐

 

영혼이 다시 자신에게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공감의 기쁨〉 중에서

 

그런데... 아! 영혼의 귀환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리고 싶다.
아껴둔 날숨과 들숨을 한꺼번에 소진해버리고 새봄에 대한 희망도 버리고, 그냥 라면 끊여먹고 봉지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드러누워 나쁜 기운을 흡입하고 싶다.
도민들의 이런 심사는 어디서 온 걸까. 이것도 폭정에서?
도대체 어디까지 갈 셈인가. 

 

☞김성민은? =탐독가, 수필가다. 북제주군청에서 공직에 입문, 제주도청 항만과 해양수산 분야에서 30여년 간 공직생활을 했다. 2002년엔 중앙일보와 행정자치부가 공동주관한 제26회 청백봉사상 대상을 수상한 전력도 있다. 그해 12월엔 제주도에 의해 행정부문 ‘제주를 빛낸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8년 월간 한맥문학사의 ‘한맥문학’에 의해 수필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한 수필가다. 공직을 퇴직한 후에는 그동안 미루어 왔던 깊은 독서와 보이차의 매력에 흠뻑 젖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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