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영향평가 등의 행정절차를 누락해 절차위반이라는 행정심판 결과가 내려진 무수천유원지개발사업에 대해 제주도가 또다시 환경영향평가 절차 대폭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참여환경연대·곶자왈사람들은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 무수천유원지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1월 중으로 사업허가를 내준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절차의 축소·생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환경단체들은 “통상 환경영향평가에서 생태계 조사는 동식물상의 활동이 왕성한 시기를 포함하며,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서는 1년 계획으로 진행한다”며 “제주도의 입장대로라면 사업지구는 물론 주변지역 생태계 영향조사는 동절기 현지조사 결과와 문헌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현재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는 10월 현지조사와 추가 동계조사를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며 “종다양성 보호와 난개발 방지라는 도민여론에 역행하는 허술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제주도가 운영 중인 환경영향평가 매뉴얼에는 동·식물상의 출현, 생육 등의 속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시기와 횟수를 설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전 매뉴얼에서는 포유류는 5∼9월 연1회 조사, 양서·파충류의 경우 3∼9월 중 연 2회 조사, 곤충류의 경우 5∼9월 중에 연 2회 조사, 조류는 연 2∼3회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제주도는 이 매뉴얼은 강제사항도, 법조항도 아니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2006년도 당시 사업자가 조사했던 생태계 문헌자료만을 갖고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허가단축을 위해 제주도가 그 동안의 원칙과 절차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또 “최근 제출된 무수천유원지 최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초안에서는 문헌자료로 명시했던 2006년도 조사내용을 최종안에는 마치 자신들이 조사한 것처럼 현지조사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여름철 생태계 현지조사도 한 것처럼 평가서가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를 원칙대로 수행하라는 행정심판 결정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를 단축하려는 사업자의 편에 서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자와 어떠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사업자의 요구에 굴복해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려고 행정의 일관성을 져버린다면 차후 개발사업들에도 온전한 절차이행을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제주도의 무리한 일정과 방침은 사업자가 철수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 중국계 자본인 중국성개발은 사업허가가 늦춰질 경우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고 제주도에 입장을 내놓았다는 얘기가 무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의 요구가 사실이라면 사업자의 압력에 굴복해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려고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볼모로 하는 행정을 이해할 도민은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아직 제주시나 제주도는 무수천유원지 환경영향평가 누락 특혜 문제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또 다시 절차위반을 강행하는 것은 도민사회를 위한 행정이 아니라 중국자본을 위한 행정을 하겠다는 선언이다”며 “더욱이 세계환경수도로 나아가겠다는 계획은 껍데기에 불과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지금이라도 제주도가 중국계 자본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도민의 자존과 전 세계의 보석인 제주도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행정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만약 제주도가 계획대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축소·생략하려 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이번 문제를 막아내겠다”고 천명했다.
한편 절차위반으로 논란이 됐던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심판 결과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제주시가 중국성개발에 내린 블랙파인리조트조성사업의 시행승인처분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환경영향평가를 누락한 것은 명확한 절차위반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현재 행정심판 결과로 인해 무수천유원지 개발사업 승인 과정에서 누락됐던 환경영향평가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제이누리=고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