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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사행산업이 있다.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복권, 청도 소싸움. 이들은 건전하게 즐기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올림픽에서 사람들은 때로는 밤잠을 설쳐가면서 손에 땀을 쥐고 승부의 세계를 만끽한다.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이기면 흥분을 느끼고, 패배하면 안타까움에 한숨을 짓게 되는 일. 우리 인간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이렇게 4년마다 한 번씩 우리나라 국민들은 짜릿한 승부의 세계를 만끽한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러한 스포츠는 큰 활력소다.

 

그런데 이러한 짜릿함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유혹이 있다. 위에서 열거한 여섯 가지 사행산업은 국가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도박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떤 이들은 ‘도박이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한번 도박에 잘못 발을 들이면 패가망신하기 일쑤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사행산업을 마음 놓고 시행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있다. 공익을 위한 재정확보,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휴식처. 베팅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책임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따지고 든다면 아무도 이 주장에 반박할 수 없다.

 

제주도는 토종말인 제주마 (조랑말 : 천연기념물 347)를 보호 ·육성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축산·관광산업 진흥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90년 제주경마장을 개장하였다. 그 후 2000년 1월 1일 제주경마공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제주도민의 소풍, 야유회, 체육공간 등 휴식처로 연중 개방하고 있다.

 

경마공원은 서울, 부산, 제주에 각각 위치해있는데 미성년자는 이곳에 입장은 할 수 있지만 배팅은 할 수 없다. 즉, 말이 뛰는 것을 관람할 수는 있으나 돈을 주고 마권을 구매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제주경마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이들이 야외관람대에 있지않고 실내발매소에서 의자에 앉아 어른들이 베팅하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보는 모습.

 

그곳에는 경주마의 실제 달리는 모습은 없고 오로지 어른들이 베팅을 하는 모습만 있다. 이 아이들은 경주가 시작될 때마다 소리치고 열광하고 때로는 분노하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원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실내발매소에 미성년자를 입장시키는 것은 미성년자에게 경기를 관람하는 기회를 주는게 아니라 도박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미성년자에게 스포츠를 관람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관람대에서 볼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현금을 들고 창구에 길게 줄지어 서서 마권을 구매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비교육적이고 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지는 상식적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제주경마공원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 이틀에 걸쳐 경마를 시행한다. 그런데 제주도민들은 일요일에도 경마를 할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다. 일요일에는 실내발매소에서 스크린으로 서울경마와 부산경마를 생중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요일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경마를 구경하러온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어른들이 베팅을 하는 모습만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물론 경마공원내에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공원이 조성되어 있지만 입장객의 상당수는 실내발매소 이용객들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어른들을 탓할 수도 있지만 ‘마약보다 강한 중독성’에 빠졌을지도 모를 어른들에게 이러한 말은 그야말로 ‘주마간산’이다.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도민들의 휴식처가 된다는 명분은 부모를 따라온 미성년자들이 관람대에서 경주를 관람 할때만 설득력이 있다. 답답한 실내에 갖혀 어른들이 베팅하고 소리치고 열광하는 모습만 바라보는 곳은 더 이상 휴식처가 아니다.

 

제주경마공원이 도내 어린이들의 정서를 해치고 사행심을 키우는 장소로 전락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남훈 바른정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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