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이 만수위의 장관을 드러냈다. 제12호 태풍 나크리가 제주에 내습하고 난 뒤의 풍경이다. 대풍 내습 전후로 단 3일간 1563mm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결과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태풍 나크리가 스치고 간 4일 촬영한 한라산 백록담 일대와 계곡 사진을 공개했다.
한라산에는 태풍 나크리 내습 전 후로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한라산 윗세오름 1563mm 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제주도 연풍균 강수량(1438mm)을 추월한 것은 물론 2일 하룻동안 내린 비도 1175.5mm로 2004년 태풍 메기 때 기록된 1일 최다강우량(878.5mm) 기록도 갈아치웠다.
한라산 정상부 백록담은 지난해 8월 장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었지만 이번 태풍 나크리가 몰고 온 기록적 강우로 오랜만에 만수위 장관을 뽐냈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0호인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다. 풍화나 침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순상화산(楯狀火山, 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완경사를 이룬 화산)의 원지형이 잘 보존돼 학술 가치가 크고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화산지형이다.
남북으로 585m, 동서로 375m, 둘레 1,720m의 산정호수(山頂湖水)로 분화구의 깊이는 108m다. 가물 때가 아니면 1~2m 깊이로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백록담의 명칭은 ‘한라산 정상에 흰 사슴이 많이 놀았다’는 전설에 유래한다. 한겨울에 쌓인 눈은 이른 여름철까지 남아있어 백록담의 눈 덮인 모습을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 부른다. 제주의 영주십경(瀛州十景) 중 하나다.
백록담 주변과 분화구 내에는 구상나무, 돌매화나무, 한라솜다리, 섬매자나무, 매발톱, 한라구절초 등 희귀한 고산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나다.
백록담 정상에서 높고 낮은 오름들과 계곡,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게다가 백록담이 있는 한라산 정상부는 만세동산(해발 1600m)과 선작지왓(제주 방언으로 ‘돌이 서 있는 밭’)을 비롯한 한라산 대부분 지역에서 조망되는 제주의 중요한 상징적 경관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