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쟁력은 기업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기업의 노력, 정부의 정책 역량, 안정된 정치 등 3박자를 갖춰야 경쟁력이 커진다. 새 정부가 이끌어야 할 일들이다.[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6/art_1750639422657_2a5b3f.jpg)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69개국 중 27위에 그쳤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20위에서 7계단 떨어졌다. 매해 공개되는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이긴 해도 나라 밖에서 이렇게 바라본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 더구나 같은 아시아권 경쟁국인 홍콩은 3위, 대만이 6위, 중국도 16위로 한참 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정치 혼란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순위 하락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드러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은 위기 신호다.
‘기업 효율성’ 부문 순위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곤두박질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 안정성 순위도 지난해 50위에서 바닥권인 60위로 내려앉았다.
IMD 순위는 각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지를 평가한다. 올해 ‘기업 효율성’ 성적표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활동과 관련해 생산성(33→45위), 노동시장 유연성(31→53위), 경영 관행(28→55위), 기업인의 태도·가치관(11→33위) 등 거의 모든 세부 항목에서 순위가 내려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로 통하는 대기업 경쟁력도 41위에서 57위로,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은 17위에서 52위로 급락했다.
메모리반도체 등 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 중심 수출 대기업들이 글로벌 관세전쟁과 중국 제조업 굴기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는 현실을 반영한다. 경쟁국과 비교해 첨단기술 개발 속도가 느리고, 혁신을 이루려는 경영진의 노력이 미약함도 보여준다.
인프라 부문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위에서 올해 21위로 10계단 내려앉았다. 기본 인프라, 기술 인프라, 과학 인프라, 교육, 보건·환경 등 거의 전 영역에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디지털·기술 인력 확보 부문에선 대만·싱가포르 등에 밀리며 첨단산업 기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중등 및 대학 교육의 질 저하는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위협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인재 양성을 외치지만, 세계 톱50 연구기관도 톱30 대학도 없는 참담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 국가경쟁력은 더 추락할 것이다.
정부가 19일 30조5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지만,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을 위한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소상공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등에 초점을 맞춘 임시방편이다. 지난 5월 1일 국회를 통과한 13조8000억원 규모 1차 추경에 이어 올해 두번째 추경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보름 만에 마련된 첫 추경이다.
이로써 정부의 올해 총지출은 기존 본예산 673조3000억원에서 702조원으로 불어나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2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만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정부가 예상하는 2차 추경 효과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데 머문다는 점은 국가 재정 투입의 한계를 보여준다.
한 나라의 경쟁력은 기업들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글로벌 관세전쟁 속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업의 노력,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역량, 안정된 정치의 3박자를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국가경쟁력 순위도 뒤바뀔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을 억누르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민간의 활력을 살릴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그 어떤 정책보다 시급하다. 새 정부도 규제혁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정부처럼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각종 규제를 당국이 허용해야 기업이 할 수 있는 포지티브(사전적) 방식에서 특별히 금지하는 일을 빼고는 모두 할 수 있는 네거티브(사후적) 방식으로 확실히 바꿔야 할 것이다.
![2차 추경의 효과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데 그칠 전망이다.[더스쿠프 | 뉴시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626/art_17506394218815_c01353.jpg)
서울대 공과대학이 해마다 이공계 신입생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인재를 파격 지원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주도하자는 ‘한국형 천인계획’을 17일 새 정부에 제안했다. 중국이 2008~2018년 진행한 천인계획에 힘입어 반도체, AI, 바이오, 우주항공 등 전략산업에서 급성장한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 공개 이후 대통령실은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진짜 성장으로 국가경쟁력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낡은 성장 엔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노동개혁·교육개혁 등 ‘진짜 구조개혁’ ‘규제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진짜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본사 제휴 Teh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