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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해녀박물관에서 만난 나의 어머니, 대포동 김성춘 할머니

 

오늘은 김녕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수업을 하는 날이다. 김녕으로 가는 길은 아주 멀고도 낯설었다. 해변을 따라 이리저리 꼬부라진 길을 달리면서 제대로 찾아갈까, 수업시간에 맞출 수나 있을까, 마음 한 구석에 근심이 들어왔다. 하지만 표선을 지나면서 전개되는 아름다운 해안길, 서귀포와 달리 드넓게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수업은 제주해녀들이 전개한 육지물질의 역사와 바다에 관한 해녀들의 민속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수업은 우리 제주 해녀들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의 대마도에 이르기까지 원정물질을 나갔던 역사적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제주 해녀들이 왜 육지로 물질을 나가야만 했는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다각적인 시각 등에 대해 학술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사인 김수희 박사의 해박한 지식과 열정적인 연구 결과는 그동안 제주해녀를 정서적, 경험적, 생활적인 견지에서 이해하고 생각해 왔던 내게, 객관적인 시각과 미래과제를 안겨주었다.

 

그동안 우리가 우리들의 시각, 특히 여성학과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독특하고 긍정적으로만 보아왔던 해녀 연구에 또 다른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특히 독도에 머물면서 억척스레 물질을 감행한 제주해녀의 고생스런 역사가 이제까지 알려져 온 ‘독도의 실효적 지배 차원에서 국가에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국제관계 차원에서 보면 그것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문제의 행적으로 귀결되어서, 참으로 곤혹스럽고 황당하였다. 때문에 휴식 시간을 이용해, 해녀박물관 내에 있는 해녀사 전시실에 들러보았다.

 

그곳의 영상실에는 제주해녀의 원정물질에 대한 소개가 있었고, 우리 할머니 해녀들이 모두 원정물질의 외로움, 위험함, 천대받음 등에 대해 한숨지으며 회상하고 있었다. 그분들의 눈물과 한숨은 이제 우리들, 이 시대의 해녀들이 짊어져야 할 새로운 과제임을 가슴속 깊은 곳에다 각인시키는 아픔이 되었다.

 

두 번째 수업은 물때, 바람, 어류 등에 대한 민속지식으로 이루어졌는데, 특히 바람과 물때가 흥미로운 주제였다. 다만 그 사례의 현장이 제주가 아닌 육지부의 특정 연안어촌이라서, 제주와는 다른 점이 많은 게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우리 제주도 해녀나 어부를 통해서 제주의 물때와 조류에 대해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늘 바다가 우는 소리를 통해 그날의 바람을 예측했고, 물때에 따라 물질의 일정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중간에 해녀박물관 영상실에서 내 어머니-대포동 김성춘 할머니가 살아냈던 해녀의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해녀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내 어머니의 삶을 마음으로 기리고, 그 삶을 몸으로 경험하면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어머니 삶의 반만큼만 살아도 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으리라’는 생각을 늘 심어주던 그 어머니의 삶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처럼, 어머니만큼은 되지 않겠지만,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물질을 해서 우리 2남7여를 키워내셨는지를 감히 체험으로 알고 싶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주해녀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는 문헌, 지식, 관찰에 더하여 실질적인 체험이 뒷받침돼야 함을 더욱 깨닫게 한다. 내 어머니가 해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가혹한 삶의 환경-그 당시에도 해녀를 안 하고도 살 수만 있다면 해녀는 안하는 게 당연지사였다-이 정작은 목숨을 걸고 바다에 몸을 던지는 위험을 무릅쓰게 하였던 것임에랴.

 

정녕 그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녀 물질을 경험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문헌 지식과 역사, 관찰, 증언만을 가지고서 어떻게 숨이 끊어지는 물질의 실제와 심정을 제대로 간파하고 전달할 수 있을 건가? 물질 저변의 문제와 과제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이제는 해녀를 바라보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시각에 객관성, 역사성, 비판성도 가미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제주도의 해녀관련 교육이 이론과 실기의 균형을 갖추어, 아는 지식만이 아니라 느끼는 경험을 추가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생각해 본다. 바다에 몸을 던져보지 않고서 ‘해녀가 어떠하다’고 설명하거나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제한적인가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점에서 우리 법환해녀학교의 가치와 과제를 잠시 고민해 본다. 이제 시작이니, 앞으로 우리가 어머니세대의 해녀상을 계승하고 미래세대에 맞게 혁신하고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법들을 생각해볼 수 있으리라. 이 가슴 뛰는 인생 숙제를 해녀 선생님과 제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모아서 풀어갈 일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실, 법환좀녀마을 해녀학교 바당에서.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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