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
다음은 제우스와 다나에라는 여인 사이에 태어난 페르세우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아르고스라는 도시가 있는데 그 곳의 왕은 아크리시오스이다. 아크리시오스는 원형 방패를 만든 훌륭한 왕이었지만 좋지 않은 신탁을 믿고 있었다. 신탁은 그의 딸 다나에가 아들을 낳으면 그 아이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아크리시오스는 딸이 남자를 만나지 못하도록 높은 탑의 꼭대기에 가두었다. 오른쪽 사진은 탑의 꼭대기에 갇혀 있는 다나에를 표현하였는데 천정 혹은 하늘에서 황금 가루 혹은 황금비가 내리고 있다. 왼쪽 사진에서는 하녀가 황금비를 앞치마에 받는 장면이다. 나신으로 누워있는 여인이 다나에임은 물론이다. 다나에게 탑의 꼭대기에 갇혀 있는 것을 본 제우스는 그녀에게 반해서 접근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접근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을 한 후 다나에게 접근을 하였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다. 다나에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이 아이가 페르세우스이다.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 때문에 자신이 죽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외손자를 죽일 수 없어서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나무 상자에 넣고 바다에 띄웠다. 다나에 모자를 실은 나무 상자는 바다를 떠다니다가 세리포스라는 섬에 가게 되었다. 그 섬은 딕티스와 폴리덱테스라는 형제가 지배하고 있었다. 딕티스는 착한 사람이어서 다나에 모자를 잘 돌보아주었다. 세월이 지나자 폴리덱테스가 단독으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에게 흑심을 품었지만 다나에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폴리덱테스는 피사의 왕녀 히포다메이아와 결혼하기로 하였는데 신부를 데려오기 위한 지참금이 필요하였다. 그는 이를 위해 사람들에게 말 한 마리씩을 기부하도록 명령하였다. 페르세우스는 성인이 되었지만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다. 페르세우스는 과거 자신과 모친을 거두어 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메두사의 머리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페르세우스 모자에게 악감정이 있었던 폴리덱테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메두사의 머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메두사는 얼굴은 여자이고 머리카락은 뱀인 괴물이었다. 그런데 메두사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은 혹은 그 신은 돌로 변하게 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많은 용사들이 메두사의 머리를 가지러 갔다가 돌로 변하기도 하였다. 메두사는 스테노, 에우리알레라는 자매와 같이 지냈는데 이들을 고르곤 세자매라고 한다. 이들은 원래 모두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그들 중 메두사의 미모가 가장 뛰어났다. 메두사는 포세이돈과 사랑에 빠졌는데 당시 아테나 여신도 메두사를 좋아하고 있었다. 메두사는 아테나 여신에게 보란 듯이 아테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 정사를 나누었다.
이 사실을 안 아테나는 메두사에게 저주를 내렸고 메두사는 아름다운 여인에서 머리에 뱀이 달린 괴물로 변한 것이다. 매두사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는 부풀어 오른 얼굴과 튀어나온 눈, 크게 벌어진 입, 늘어뜨린 혓바닥 그리고 멧돼지 어금니처럼 뾰족한 이빨도 생겼다. 손은 청동이고 목은 용의 비늘로 덮여있다고 한다. 메두사가 괴물로 변하자 그의 언니들인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는 동생을 혼자 놔둘 수 없다면서 괴물로 변하였는데 이들은 영원히 죽지 않는 저주를 받았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여서 그 머리를 가져오는데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첫째 메두사가 어디 사는 지 불확실하다는 점이고 안다 하더라도 매우 멀리 살기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점도 있었다. 둘째 영원히 죽지 않는 자매들이 메두사를 지키는 것도 문제였다. 셋째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보면 돌로 변하는데 얼굴을 보지 않고 어떻게 머리를 자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넷째는 자른 머리를 어떻게 갖고 오는가도 문제였다. 페르세우스는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했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를 찾아갔다. 메두사를 괴물로 만든 장본인이 아테나였는데 아테나 역시도 메두사의 머리를 치고 싶었던 것이다. 아테나 여신은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제일 먼저 메두사의 동상이 서 있는 사모스 섬에 데리고 가서 메두사의 얼굴을 익히게 하였다. 고르곤 세 자매 중 누가 메두사인지 알아야 했다. 스테노나 에우리알레는 영원히 죽지 않는 괴물이기 때문에 그들을 메두사로 오인하여 머리를 치려고 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아테나는 페르세우스에게 거울처럼 빛나는 청동 방패를 주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직접 보면 돌로 변하기 때문에 청동 방패로 비추어서 보라고 한 것이다.
다음 사진은 이스탄불의 지하 저수조에 있는 돌기동인데 메두사의 머리를 형상화한 부조이다. 페르세우스는 일차적으로 메두사의 얼굴을 기억하였다.
아테나는 또한 메두사가 있는 곳까지 날아갈 수 있는 비행 신발, 고르곤 자매에게 들키지 않도록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는 마법의 투구 그리고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올 자루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들은 세 명의 요정이 각각 하나씩 갖고 있는데 이들 요정이 어디 있는 지 아테나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테나는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요정들의 위치를 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테나는 페르세우스에게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있는 리비아의 한 동굴을 가르쳐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페르세우스는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사는 리비아의 동굴로 찾아갔다.
그라이아이 세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노인이었다. 그리고 셋이 모두 합쳐도 눈이 하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로 돌아가면서 눈을 붙여서 보다가 옆 사람에게 건네주곤 하였다. 페르세우스는 그라이아이 세 자매가 눈을 건네주는 과정에 눈을 갈취하였다. 자매들은 셋 모두에게 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페르세우스가 그들에게 비행 신발, 마법의 투구 그리고 자루를 갖고 있는 요정들이 어디 사는 지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러지 않으면 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라이아이 세 자매는 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그들 요정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페르세우스는 눈을 돌려주고는 천신만고 끝에 요정들을 찾아갔다.
요정들은 페르세우스에게 비행신발, 마법의 투구 그리고 자루를 페르세우스에게 빌려 주었다. 마지막으로 아테나 여신은 메두사의 얼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같이 투명한 청동 방패를 빌려주었고, 헤르메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벨 수 있는 낫을 빌려 주었다. 사실 페르세우스의 부친은 제우스였다. 제우스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베러 가다가 행여 문제가 생길까봐 헤르메스를 시켜 날카로운 칼을 주게 한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비행 신발을 신고 우여곡절 끝에 고르곤 세 자매가 있는 서쪽 끝으로 갔다. 그는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즉 투명 인간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의 투고를 쓴 후 고르곤 세 자매에게 접근하였다. 물론 메두사를 찾아냈을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그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는 청동 거울을 비추면서 메두사의 머리를 베었다. 메두사가 고통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자 스테노와 에우리알레가 잠에서 깨었다.
자매는 동생의 비명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동생을 살해하는 것이라고 알고 찾았지만 마법의 투구를 쓴 페르세우스를 찾을 수 없었다. 허공에 둥둥 뜨던 메두사의 머리가 자루 속에 담겨지자 이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매는 동생을 죽인 대상을 찾으려하였지만 찾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잘려진 메두사의 몸통에서는 피가 솟구쳤다. 그 피에서는 하늘을 나는 말인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 메두사는 괴물이 되기 전에 원래 포세이돈과 사랑을 나누었었다.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동물은 말이다. 아마도 메두사는 임신을 한 상태로 괴물이 되었고, 메두사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포세이돈이 메두사의 몸속에 있던 자신의 후손을 말로 변화시켜 태어나게 한 것 같다.
메두사의 머리를 성공적으로 얻은 페르세우스는 곧장 세리포스 섬으로 가지 않고 말을 타고는 여행을 갔다. 그는 아틀라스가 다스리는 헤스페리데스라는 곳에 도착하여 하루를 묵게 해 달라고 하였다. 아틀라스는 페르세우스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티타노마키아에서 티탄 족이 졌을 때 제우스는 아틀라스에게 세상을 짊어지라는 벌을 내렸다. 그래서 아틀라스는 세상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틀라스의 황금 사과를 제우스의 아들이 훔쳐갈 것이라는 예언도 있었다. 그래서 아틀라스는 페르세우스가 하룻밤 재워 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였다. 페르세우스는 화가 났지만 아틀라스를 응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아틀라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보여 주었다. 아틀라스는 다리부터 바위가 되더니 온몸이 거대한 산으로 변하였다. 이것이 현재의 모로코에 있는 아틀라스 산이다.
페르세우스는 아틀라스에게 벌을 내린 후 이집트로 갔다가 이디오피아로 갔다. 당시 이디오피아의 왕은 케페우스이고 왕비는 카시오페이아였다. 카시오페이아는 자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자랑하였다. 특히 바다의 요정인 네레이데스들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주장한 것이다. 카시오페이아의 오만불손함을 들은 네레이데스는 화가 났고 포세이돈에게 간청하였다.
즉 오만한 카시오페이아를 혼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포세이돈 역시 자신이 아끼는 바다의 요정들보다 자신이 더 아름답다고 주장하는 카시오페이아를 혼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포세이돈은 바다 괴물을 이디오피아로 보내 사람들을 잡아먹고 도시를 황폐화시켰다. 이디오피아의 왕 케페우스는 매우 당황하였다. 그는 델포이로 사신을 보내 왜 포세이돈이 화가 났는지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라고 하였다. 신탁은 카시오페이아가 너무 오만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벌로써 괴물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의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에게 재물로 바치라고 하였다.
이 슬라이드는 안드로메다를 절벽에 묶은 사진이다 왼쪽의 나체로 서 있는 여인이 안드로메다이고 오른쪽에는 괴물이 있고 그 위에는 페가수스를 탄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보고 있다. 왕과 왕비는 하는 수 없이 안드로메다를 괴물이 출몰하는 해안가에 두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기야 하겠지만 정말 매몰찬 부모들이다. 절벽에 묶인 안드로메다를 본 페르세우스는 괴물을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해냈다.
다음 슬라이드도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페르세우스이다. 오른쪽 그림에서 페르세우스가 들고 있는 방패를 보자 바로 메두사의 머리를 붙여 놓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 방패는 아테나가 메두사를 비춰 보라는 의미로 빌려준 방패이다. 페르세우스는 이 머리를 방패에 붙여서 돌려주게 된다. 그리하여 아테나는 무적의 방패를 갖게 된다. 즉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상대는 돌로 변하기 때문에 그 방패를 가진 아테나 여신은 거의 무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아테나 자신의 연적이었던 메두사와 항상 같이 지내야하는 것이다. 과거 아테나 여신이 포세이돈을 좋아했을 때 포세이돈이 아테나를 거부하고 메두사와 사랑을 나누었다. 게다가 둘은 아테나의 신전에서 정사를 나누었다. 이에 대한 복수로써 아테나는 아름다운 여인이던 메두사를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메두사에 대한 증오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테나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는데 일조를 한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아테나 연적의 머리를 아테나의 방패에 붙여 주었다. 아테나는 항상 방패를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방패에 붙어 있는 메두사의 머리는 볼 수 없다. 자신도 돌로 변할 테니까. 연적과는 항상 같이 지내면서 보지 않는다 혹은 볼 수 없다. 이런 상징성은 일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안드로메다를 성공적으로 구출한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를 데리고 이디오피아의 궁전으로 갔다. 왕과 왕비는 매우 기뻐하며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를 맞이하였다. 둘은 결혼을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결혼 피로연에 갑자기 난동이 벌어졌다. 안드로메다의 삼촌이자 약혼자였던 피네우스가 나타난 것이다.
피네우스는 안드로메다가 곤경에 처했을 때는 모른 체 하다가 무사히 돌아오자 자신이 안드로메다와 결혼하겠다고 나타난 것이다. 피네우스가 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에 페르세우스는 숫적으로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순간 페르세우스는 자신 편에 있는 사람들은 엎드리고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메두사의 머리를 들어 피네우스 일당에게 보여주었다. 피네우스와 그의 일당은 메두사의 머리를 본 순간 돌로 변하였다. 피네우스 일당을 간단히 물리친 후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는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다.
다음 슬라이드는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가 우물에 비친 메두사의 머리를 보는 장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난을 하는 것 같다. 잘못하여 메두사의 머리를 직접 보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텐데 정말 위험한 모험하는 두 사람이다. 페르세우스가 보여 주겠다고 했을까 아니면 안드로메다의 호기심이 작용한 것일까.
결혼한 두 사람은 1년간 이디오피아에 머무르면서 페르세스라는 아들을 낳았다. 페르세우스는 어머니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페르세스를 남기고 안드로메다와 함께 세리포스 섬으로 돌아갔다. 이디오피아 왕 케페우스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외손자인 페르세스를 차기 왕으로 삼았다. 전설에 의하면 이 페르세스가 페르시아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세리포스에 도착한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떠나자마자 폴리덱테스가 줄기차게 자신의 모친 다나에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연회를 베풀고 있는 폴리덱테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왔다고 하면서 메두사의 머리를 보여 주었다. 신기하다는 듯이 메두사의 머리를 바라보던 폴리덱테스와 그의 부하들은 모두 돌로 변하였다.
복수를 한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빌린 무기들을 주인들에게 모두 돌려주었다. 비행 신발, 마법의 투고 그리고 자루를 세 명의 요정에게 돌려주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벨 때 쓰던 낫은 헤르메스에게 돌려주고, 메두사의 머리를 붙인 방패는 아테나에게 돌려주었다. 페르세우스는 세리포스 섬의 최강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없는 사이에 모친을 돌보아 준 폴리덱테스의 동생 딕티스를 세리포스의 왕으로 삼고 자신은 모친과 함께 아르고스로 갔다.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모친을 버린 외조부 아크리시오스를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조부가 모험의 기회를 주어 자신이 영웅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모친과 함께 외조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아르고스로 떠났다. 아르고스에 있던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지레 겁을 먹었다. 딸의 아들이 자신을 죽일 거라는 신탁을 믿은 아크리시오스는 라리사라는 지역까지 피신하였다. 페르세우스는 오해를 풀기 위하여 외조부를 따라 라리사까지 갔다.
당시 라리사에서는 운동 경기가 열리고 있어서 아크리시오스는 원반 던지기 시합이 열리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원반던지기 시합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페르세우스는 영웅으로서 시합에 한 번 나가고 싶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자른 영웅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이미 라리사에 퍼져 있었다. 특별히 참가하게 된 시합에서 페르세우스는 원반을 힘차게 던졌다. 순간 강풍이 불면서 원반은 관중석으로 떨어졌는데 그만 아크리시오스의 머리에 맞추었다. 아크리시오스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안 페르세우스는 비탄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결말이었다.
원반던지기에 희생된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아폴론의 애인 휘아킨토스이다. 그는 아폴론이 던진 원반을 맞고 죽었는데 그가 죽은 자리에 히야신스라는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티린스의 왕이 되엇다. 페르세우스는 티린스의 왕으로서 도시 주변을 순찰하였다. 도중에 물이 떨어져서 페르세우스는 목이 매우 말랐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에 물을 많이 머금고 있는 미코스라는 버섯이 자라났다. 페르세우스는 그 곳이 성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하여 도시를 건설하게 하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도시가 미코스라는 버섯에서 이름을 딴 미케네이다.
나중에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가 죽자 아테나 여신은 그들을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또한 이디오피아에서 케페우스와 카시오페이아가 죽자 포세이돈이 그들의 별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