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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16)] 살아서 인간, 죽어서 신이 된 헤라클레스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다음은 알크메와의 사이에 태어난 헤라클레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우스와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신이되고, 제우스와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사람이된다. 그러나 예외적인 인물이 두 명 있는데 하나는 디오니소스이고 또 하나는 헤라클레스이다. 디오니소스는 더군다나 올림푸스 12시 반열에 올랐다. 헤라클레스는 살아 있을 때는 인간이었지만 죽어서는 신이 된 인물이다. 이번 시간에는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한다.

 

 

헤라클레스는 영웅 페르세우스의 자손이다. 이 지도는 페르세우스와 연관된 도시를 표현한 것이다. 페르세우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는 자신의 외손자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믿고 딸 다나에를 격리시켰다. 다나에를 본 제우스가 다나에를 임신시켜 태어난 아이가 페르세우스이다. 아무리 신탁을 믿는다 하더라도 아크리시오스는 자기가 살기 위해 외손자를 차마 죽일 수 없어서 딸과 갓난 아이를 나무 상자에 넣고는 바다에 띄웠다.

 

나무상자는 세리포스 섬으로 갔고 그 곳에서 살았다. 그곳의 왕 폴리덱테스와 홧김에 한 약속 때문에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와야 했다.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고 안드로메다를 구한 뒤 페르세우스는 세리포스로 금의 환향하였다. 그리고 외조부를 찾아간 페르세우스는 라리사에서 원반을 던졌는데 강풍이 부는 바람에 아크리시오스의 머리에 맞았다. 아크리시오스는 급사하였다. 이후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와 티린스를 맞바꾸어 티린스의 왕이 되었다. 티린스 주변에서 미코스라는 버섯을 먹고 갈증을 해소한 페르세우스는 버섯이 있던 자리에 도시를 세웠는데 그 곳이 미케네이다.

 

 

다음은 페르세우스의 가계도이다.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사이에는 메스토르, 알카이오스, 엘렉트리온 그리고 스테넬로스는 네 명의 아들이 태어났다. 맏이인 메스토르가 페르세우스의 뒤를 이어 티린스와 미케네의 왕이 되었지만 일찍 죽어 동생인 알카이오스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알카이오스는 암피트리온이란 아들과 아낙소라는 딸을 낳았다. 알카이오스마저 일찍 사망하자 셋째인 엘렉트리온이 아낙소와 결혼하면서 미케네와 티린스의 왕이 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이 알크메네이다.

 

어느 날 엘렉트리온의 맏형 메스토르의 증손녀와 결혼한 프테렐라오스가 엘렉트리온에게 도전장을 내어 왕위를 빼앗으려 하였다. 프테렐라오스는 엘렉트리온의 아들 6명을 죽이고 소 300마리를 갈취해 갔다. 엘렉트리온은 조카이자 처남인 암피트리온에게 자신의 복수를 해 달라고 하였다. 엘렉트리온은 암피트리온이 소를 되찾아오면 자신의 딸 알크메네와 결혼시켜 주고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하였다.

 

암피트리온이 프테렐라오스를 찾아가 그를 죽이고 소를 찾으려 하였지만 소는 없었다. 프테렐라오스가 소 300마리를 이미 테살리아의 왕에게 팔아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암피트리온은 하는 수 없이 테베의 왕에게 돈을 주고 소를 찾아왔다. 그러나 엘렉트리온은 소를 빼앗아 와야지 사왔다는 것에 화를 내고는 질책하였다. 야단을 맞은 암피트리온이 홧김에 원반을 땅바닥에 던졌는데 원반이 튀어나가면서 그만 엘렉트리온이 사망하고 말았다. 왕위가 비게 되자 암피트리온이 미케네와 티린스의 왕이 되었다.

 

가계도를 다시 보자. 암피트리온은 왕이 되자 죽은 엘렉트리온과 아낙소 사이에 태어난 알크메네와 결혼하였다. 암피트리온이 전투에 나갔을 때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 앞에 나타났다. 알크메네는 남편으로 변신한 제우스를 몰라보고 관계를 가졌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제우스가 알크메네를 선택한 이유는 자신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대신해 줄 자식이 필요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알크메네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대리자로 키우려 했던 것이다.

 

제우스와 알크메네가 사랑을 나눈 밤에 남편 암피트리온이 돌아와서는 알크메네와 관계를 맺었다. 알크메네는 두 번의 관계를 통해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쌍둥이 중에서 제우스의 아들은 헤라클레스이고 암피트리온의 아들은 이피클레스이다. 엘렉트리온의 동생은 스테넬로스이다. 스테넬로스는 암피트리온을 고발하였다. 이유는 암피트리온이 엘렉트리온을 죽여서 왕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 부부는 테베로 쫓겨났고, 스테넬로스가 미케네의 왕이 되었다. 스테넬로스의 아들이 나중에 헤라클레스에게 12가지 과업을 맡기는 에우리스테우스이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가 태어나기도 전에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주어 이 아이가 나중에 자신의 일을 도맡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스테넬로스는 펠롭스의 딸 니키이페와 결혼을 하여 스테넬로스를 낳았다.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선왕을 죽인 암피트리온을 살인범으로 몰아 미케네에서 추방하고 왕이 되었다. 암피트리온과 쌍둥이를 임신한 알크메네는 테베의 왕 크레온에게 갔다.

 

가계도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언급된 도시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헤라클레스와 헤라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자. 알크메네가 쌍둥이를 출산할 때가 다 되었다. 알크메네가 조용히 출산할 수 있었는데 제우스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제우스는 “곧 태어나게 될 페르세우스의 후손이 아르고스를 지배할 것”이라고 신들 앞에서 공언을 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저주를 내리려 하였다. 헤라는 “곧 태어나게 될”이란 말에 주목을 하였다. 그래서 출산의 여신으로 하여금 헤라클레스의 출산을 늦추고 헤라클레스의 사촌인 에우리스테우스의 출산을 석달이나 당겨서 에우리스테우스가 먼저 태어나게 하였다. 지도는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그 안에 있는 아르고스 지역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헤라클레스와 에우리스테우스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계도이다.
헤라클레스와 에우리스테우스의 관계이다.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는 테베에서 태어나고, 에우리스테우스는 미케네에서 태어났다. 이유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암피트리온과 알크메네가 스테넬로스의 고발 때문에 미케네의 왕위에서 쫓겨나 테베로 갔기 때문이다. 에우리스테우스는 스테넬로스의 아들이기 때문에 미케네의 왕이 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신들의 농간으로 미케네의 왕이 되게 된다. 

 

 

 

가계도를 다시 본다.
이 슬라이드의 왼쪽 사진은 알크메네가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 쌍둥이를 낳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오른쪽은 헤라클레스가 두 마리의 뱀을 목졸라서 죽이는 그림이다. 이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헤라클레스가 태어난 후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신에게 버금가는 능력을 주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영원한 삶이었다. 이를 위해 제우스는 어린 헤라클레스에게 잠이 든 헤라의 젖을 물렸다.

 

그런데 젖을 빠는 힘이 어찌나 센지 헤라가 놀라서 헤라클레스를 뿌리쳤다. 이 때 헤라의 젖이 밖으로 튀었는데 이것이 milky way가 되었다고 한다. Milky way를 우리말로 하면 은하수이다. 헤라클레스와 이피클레스가 생후 8개월쯤 되었을 때 헤라는 그들을 죽이기 위해 두 마리의 독사를 보냈다. 뱀을 본 이피클레스는 뱀을 무서워하여 울음을 터뜨렸지만 헤라클레스는 뱀을 손을 목을 졸라 죽였다. 이피클레스의 비명을 듣고 온 암피트리온 부부는 이날 이후로 쌍둥이를 구분하여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어릴 때부터 용감하고 힘이 셌지만 성격이 난폭하고 성질을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다. 헤라클레스가 성인이 될 무렵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이상야릇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헤라클레스가 두 가지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 앞에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났다. 하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요염하게 생긴 여자가 손짓하였다. 그녀는 자기와 같이 가는 길은 고통이 없고 언제나 쾌락으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였다. 다른 이는 덕성이라는 이름의 여인이었다. 이 여인은 자신과 함께 가는 길은 고통의 길이고 몹시 힘든 길이지만 의로운 길이며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함께 가자고 손짓하였다. 헤라클레스는 두 개의 길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고민 끝에 후자를 선택하였다. 즉 어렵고 힘든 길이라 하더라도 옳은 길을 가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서양 속담에 “헤라클레스의 선택”이란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 뜻은 인생에서 쉽고 타락한 길이 아니라 힘들지만 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헤라클레스가 이런 선택을 하였기 때문에 나중에 신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들 사진은 헤라클레스가 어느 길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그림을 묘사한 그림들이다. 한쪽은 쾌락을 제시하는 여인이고 또 다른 한 여인은 덕성을 제시하는 여인이다.<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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