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제주관광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소위 내국인용 관광지가 아닌 국제적인 관광지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가장 뚜렷한 성과다.
그리고 연간 1만 명 이상의 제주이주민들이 생겨나면서 제주도민 약 67만 명 시대가 열린 것도 사실 관광산업 성장의 혜택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에도 제주도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은 바로 언제까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제주도에서는 제주관광 수용력의 문제가 뜨거운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용력이라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제주가 가진 그릇의 크기에 적정할 만큼 관광객을 받아들일 것인지, 제주를 찾는 관광객을 품을 수 있을 만큼 그릇의 크기를 키울 것인지 시각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수용력을 논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우리들 스스로의 마인드를 바꿔보는 것이 먼저인지 아닐까 제언해 본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 즉 역발상으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고민해본다.
사전적 의미의 역발상은 어떤 생각과는 반대로 또는 거꾸로 생각해 내는 일이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서튼’ 교수가 쓴 ‘역발상의 법칙’이란 책에서는 12가지 역발상의 법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마지막 12번째 법칙이 성공한 과거를 잊으라는 것이다.
과거 제주도가 하던 성공방식을 이제는 깨끗이 잊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볼 때다. 사실 자체자본이 없는 제주의 입장에서 과거 대규모 투자유치 방식은 제주관광 성장의 토대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잊어야 한다. 관광객을 많이 모셔오기 위해 서라면 금전적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던 방식도 나름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관광객이 만족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잊어야 한다.
생각을 바꿔 보자. 거꾸로 생각해 보자. 소규모이지만 차별화된 자본의 유치가 결과적으로는 보다 큰 투자와 성공을 가져온다고 생각해보자. 유치를 위해 제공했던 많은 인센티브를 이제는 스스로 찾아온 관광객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쓰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보자. 관광이란 특성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는 시설투자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성자극과 스토리텔링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음을 명심해보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만족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이 먼저 행복해야 함을 우리 스스로 알아야 한다. 주인이 인상을 쓰고 있는데 그곳을 찾은 손님이 행복할 리는 만무하다.
실제로 최근 선진관광 트렌드의 하나는 공정관광, 책임관광, 착한관광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접근 방식이다. 조금씩 표현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주인과 고객이 모두 만족하고 행복해지는 관광을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손님은 왕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서로가 공생하는 과정에서 가식이나 형식적 환대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짜 친절과 서비스를 주고받자는 의미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이러한 트렌드에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호응을 하고 있고 점점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전문가 ‘험프리 닐’은 ‘역발상의 기술’에서 역발상은 고민하고 탐구하는 자세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은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쉽게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여 제주만의 방식을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고 본다. / 신동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관광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