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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4.3 70주년 기조강연 ... "인간존엄과 자유, 권리를 향한 역사"

"제주4.3은 한국인 전체가 기다리고 염원했던 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 구조악과 불의에 대한 저항이 작동한 사건이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4.3 70주년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천주교교회의민족화해위원회, 천주교제주교구 제주4.3 70주년특별위원회는 22일 오후 2시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제주4.3의 역사적 진실과 한국 현대사에서의 의미'를 주제로 4.3 7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강 주교는 기조강연을 통해 "제주4.3 진상 보고서는 '4.3사건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일으킨 무장봉기가 발단이 됐다. 단 강경진압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고 다수의 양민이 희생됐다'고 4.3의 성격을 규정했다“면서 “이런 사실은 겉으로 드러난 4.3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극이 일어난 배경과 요인에는 민족 역사와 삶의 밑바닥에 흐르는 내면적 가치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민들에게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모순적 현실은 미군정이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관헌으로 동포를 압박하고 수탈하는 데 앞장섰던 조선인 경찰들을 미군정의 경찰력과 행정요원으로 다시 등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는 시민들의 미군정에 대한 근원적인 불신과 불만을 초래했고, 1947년 3월 1일 제주시민 3만여명이 참가한 3.1절 기념대회에서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정의롭고 고귀한 가치를 학습한 역사”임을 강조하면서 4.3의 역사적 의미를 제시했다.

 

그는 “1948년 4월 3일의 무장 봉기는 분명 몇 백 명 수준의 혈기왕성한 남로당 제주도당 당원들이 결행한 사건이었으나 그 배경과 과정에는 제주도민과 한국인 전체가 있다”면서 “그들이 기다리고 염원했던 민족의 독립과 해방, 사회 구조악과 불의에 대한 저항,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향한 장구한 역사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3은 한국 현대사에 보기 드문 참극을 연출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민간인이 무참히 학살되는 반인륜적 범죄가 국가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지적한 뒤 “많은 이들은 이를 해방 정국의 이념적 갈등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이념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휘말려 희생된 사고로 인식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4.3은 결코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었다. 민족의 해방,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사회악과 불의로부터의 인간 해방을 추구하는 역사의 에너지가 분출되었다”며 “역사적 동력을 멈추고 저지하려는 부정적인 반작용으로 인해 많은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었다”고 아쉬워했다.

 

강 주교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4.3은 인간의 존엄한 인격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자신을 제물로 바친 수많은 희생자들의 순교적 행렬의 연장이다”며 "반세기 이상을 어둠에 묻히고 침묵 속에 매장된 억울한 희생을 통해 자신들 안에 감춰져 있던 존엄과 영광을 70주년을 맞이해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고 설파했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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