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성' 주식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이번에는 '송악산땅 투기 의혹'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의혹 제기는 같은당 김우남 예비후보 측이 했다. 경선 컷오프가 다가오면서 민주당 내 집안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김우남 예비후보 측 고유기 대변인은 26일 오전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대림 예비후보가 도의원이 된 이후 송악산 인근 땅을 사고 파는 과정을 통해 매입, 쪼개기 후 매각, 단기 매매등 시세차익을 노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 대변인은 “문 예비후보가 2005년 9월 송악산 일대 땅을 지분 형태로 사들였다”며 “이후 문 예비후보가 도의원이 된 이후 부동산 사고팔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부동산업자까지 낀 형태로 더욱 치밀한 투기적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고 대변인에 따르면 이 땅은 2014년 중국자본에 의한 ‘뉴오션타운’ 개발부지 인근에 있다.
고 대변인은 “2010년 4월 땅 투기의 전형적인 방식인 토지 쪼개기가 이뤄졌다”며 “이후 2014년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쪼개기한 송악산 일대 땅을 전부 팔아 최소 5억원 상당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문 예비후보가 사고 판 땅들은 송악산 개발 사업 예정지에 포함돼 관광지구 및 유원지로 지정됐다가 2008년 12월과 2010년 3월에 해제됐다”며 “관광 및 유원지 지구는 건축 행위 등의 제한으로 사유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지구가 해제돼야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이 해제 과정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심의회 심의나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견 제시 등이 있었는데, 당시 문 예비후보는 심의회 위원이자 환도위 위원장이었다. 해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기탁 예비후보 역시 지금까지 유리의성 의혹에 대해 공세를 펼쳤던 김우남·박희수 예비후보에 비해 4자회담을 제시하는 등 차분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세로 돌아섰다. 문 예비후보 측의 즉각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공천관리위원회의 면밀한 검증도 요구했다.
강 예비후보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고위공직후보자의 부동산투기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고 그 이유로 다수가 낙마했다”며 “공직자의 부동산투기는 사회적 질병 가운데 으뜸으로 불리는 ‘우리 사회의 적폐’”라고 강조했다.
강 예비후보는 “저를 비롯한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4명은 원희룡 도정 4년 심판과 지방권력 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는 사람”이라며 “부동산투기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소명을 저버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제주에서는 지난 몇 년간 전형적인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렸다”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박탈감도 깊어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강 예비후보는 그러면서 “문 예비후보의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며 “문 예비후보는 이번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 즉각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에 검증도 요구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문대림 예비후보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대림 예비후보 측 송종훈·손지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반박자료를 내고 “김 예비후보측이 제기한 부동산 의혹들에 대해 불법이나 탈법 등 법을 어긴 사실이 없다”며 “이는 명백한 음해이고 악의적인 해석이다. 고유기 대변인에 법적 대응을 나설 방침이다”라고 반박했다.
문 예비후보 측은 “쪼개기 개발에 대한 의혹은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에 대한 무지와 악의적 발상에서 오는 것”이라며 제주국제자유도시계획 동의안은 환경도시위가 아닌 문화관광위에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예비후보 측은 또 “문 예비후보와 송악산 간 직무관련성을 강조하려면 최소한 문 예비후보가 심의위원회에 참석을 했었는지, 어떤 발언을 했었는지 확인을 하고 주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비판했다.
문 예비후보 측은 이어 “또 문 예비후보가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이어서 유원지 해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 역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문 예비후보 측은 고 대변인이 문 예비후보가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송악산 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토지를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송악산 유원지 해제를 전제로 토지를 구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유원지 해제를 막아야 하는 당시 문 예비후보의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예비후보 측은 그러면서 “고 대변인은 지금까지 ‘유리의성’에 대해 수차례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만 제기하면서 문 예비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 됐다”며 “오늘에 이르러 더는 참을 수가 없어 고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예비후보 측 고유기 대변인은 다시 언론사 등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 예비후보 측의 반박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허위사실’ 주장은 아전인수일 뿐이다”라고 문 예비후보 측을 몰아붙였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27일 오전 11시30분 도의회 도민의방에서 반박브리핑을 갖겠다”고 예고했다.
'유리의 성' 의혹에 이어 두 후보측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유리의 성'에 이은 제2라운드가 어떻게 결론날 지 관심사다. 3개월여 남은 6.13선거판이 또 새로운 이슈를 만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