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이 일어섰다.
정부(해군)가 서귀포 강정 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구럼비 바위 폭파 강행에 나서자 “국민을 짓밟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강정의 평화·생명을 지키기 위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고 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은 7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국방부, 해군에 의한 ‘구럼비 바위 폭파’ 기도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부와 수녀, 신자 등 5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 사제단은 “정부와 국방부, 해군은 정녕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 온 국민의 바람을 짓밟으려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각계 각층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구럼비 바위를 뚫어 대량의 폭약을 집어넣고 산산조각 내려는 폭파 기도는 국민마저도 짓밟겠다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민, 온 국민을 기만하면서 강행해온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해 배신감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해왔음을 이명박 정부와 국방부, 해군은 이제라도 깨닫고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또 “천주교계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이 땅에 평화의 기운이 가득하기를 염원해왔다”며 “그러나 정부와 해군은 이러한 염원을 무시하고 지역주민과 온 국민을 기망하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인권을 유린하고 차마 상상하기조차 힘든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생명의 하느님, 평화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리고 신앙의 이름으로 구럼비 폭파 기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특히 "정부(해군)의 공사 밀어붙기이가 죽음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5년 넘게 고통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과 강정주민들에게 죽음을 요구하지 말라”면서 거듭 공사 중단·구럼비 폭파 기도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천주교 제주교구의 모든 사제단은 구럼비 폭파 기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제단의 고병수 신부는 “지금 강정주민을 살려야 한다. 그 염원, 도민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강정사람들의 고통을 같이 하기 위해 강정마을로 가겠다. 언제나 강정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적인 방법으로는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희생”이라며 “단식일 수 있도 있고, 십자가의 길이라든지, 기도의 방법, 평화로운 방법의 항거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사제단은 곧바로 강정마을로 떠났다.
한편 강정마을 현장에선 주민들과 함께 공사중단을 요청하던 신부 6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