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총선무림입니다. 희룡공 진영, 제주 갑, 을, 서귀포 순서로 10여회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상황, 대사 등은 상상력으로 꾸며낸 허구입니다. 오버액션도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존인물도 등장시켰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십시오. 제주가 바뀌고, 한국이 바뀝니다. 4.15총선은 이미 시작됐습니다.[편집자 주] |
삭막한 겨울을 재촉하는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그친 날이었다. 운명을 다해가는 나뭇잎은 새빨간, 샛노란 빛을 온 몸으로 내뿜었다. 애가 타는 듯 했다. 한들거렸다.
‘쿵’하는 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창일거사가 박치기수련을 하고 있었다. 돌팩이무공. 중등무림시절부터 연마한 무공이다. 머리가 돌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돌팩이로 불렸던 그였다. 그 어떤 상대든 박치기 한방이면 추풍낙엽이라고 했다. 그의 제주수련장 지척인 노형 제2근린공원수련장에서였다.
환영이 보였다. 서울대법대무림 입시비무서 떨어진 후 승려가 되려고 했던 때였다. 밤마다 귀신이 문 밖에서 그를 부르던 환청이 도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무사가 그를 보며 ‘손가락X’를 했다. 두 번이나. 자세히 보니 더불어민주방주 해찬거사였다.
창일거사가 해석하기 힘든 표정으로 응수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무림인다웠다. 한 시대를 풍미한 1952년생 갑장 용띠들의 눈빛싸움이 이어졌다.
땀에 흠뻑 젖은 창일거사가 도장으로 돌아왔다. 무사들이 줄을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림 2019년 11월 24일 오후 5시였다. 미리 약조를 한 제이누리도장 수련생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정도로 그 줄은 길었다. 낙엽이 모두 떨어진 십이월 중순이 되면 중대결심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던 게 그 줄을 만든 것 같았다.
제이누리도장 수련생이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인터뷰대련을 기다릴 때였다. 고성이 들려왔다. 창일거사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내가 안 나가겠다고 하면, 다들 못 나와”
앞뒤 말을 듣지 못했던 터였지만 총선비무 불출마설과 관련이 있는 중대한 말인 듯 했다.
인터뷰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수련생이 선방을 날렸다. 대기실까지 들린 고성의 내용을 묻는 질문이었다.
창일거사가 웃음으로 응수하며 말을 돌렸다. 역시 그는 노련했다.
공천옥쇄를 쥔 더불어민주당방주 해찬거사와의 불화설을 묻는 공격이 이어졌다.
“조중동 언론무림에서 (제 발언을)오해한 겁니다. 해찬거사는 자주 만납니다. 제 민청학련 동지는 해찬거사와 인태거사, 혜영거사 정도입니다.”
중원무림 장관 제의가 오면 맡겠냐는 질문엔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국가와 제주를 위한 일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어떤 자리냐에 따라 다르지만..., 공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계속 공적인 삶을 살겠습니다.”
그가 후계자를 거론했던 적이 있는 터라 물었다.
“사람이 정말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정말 사람이 없으면 내가 출마를 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별로 (5선 도전)할 생각이 없습니다. 공인이기 때문에 혼자 결정할 수 없습니다. 불출마도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출마로 의견이 모아지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겠습니다. 환갑을 넘기면 인생을 정리해야 될 때입니다.”
‘제주시갑 출마후보로 거론되는 원철검과 어제(11월 23일) 저녁회합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희수거사와의 회합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역정을 내며 되물었다.
“원철검이 나랑 만났다는 말을 했어요. 뭐라고 합디까?”
잠시 숨을 고른 창일검이 말을 이어갔다.
“(희수거사에게) 연락 해 본적이 없습니다. 연락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회무림 일이 워낙 바빠서...”
창일거사는 희룡공 총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지난번 총선무림서 (희룡공이 총선개입하면서) 망신 당한 적이 있습니다. 희룡공이 다시 그럴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인터뷰대련 말미였다. (창일거사가 불출마를 할 경우) 더불어민주당파 후보들이 약체라는 평가에 대해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게메게(그러게), 경허난(그래서) 나도 머리 아파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