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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21대 국회 개원에 붙여

 

21대 국회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다. 국회법(5조)에 따르면 최초 임시국회는 임기 개시 후 7일에 집회하고, 이 기간 내 원院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단은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전반기 2년을 맡을 국회의장단 후보들은 확정됐거나 확정을 앞두고 있다. 법정시한 내 개원을 지키지 못한 역대 국회가 적지 않았듯 21대 국회도 원 구성부터가 염려스럽다. 최대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배분과 법사위의 체계ㆍ자구심사 권한 폐지 여부다.

 

법사위원장은 17대 국회부터의 관례대로라면 미래통합당 몫이다. 그런데 177석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시각이 바뀌었다. 야당 법사위원장과 체계ㆍ자구심사권이 정부 여당의 주요 입법을 가로막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고 나섰고, 미래통합당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의 또다른 걸림돌은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행보다. 미래통합당과 합당은 한다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9석의 한국당이 무소속 의원을 영입해 별도 교섭단체를 꾸리거나 다른 정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만든다면 정국은 여야 강대 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20대 국회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회도 드물다. 극한대결의 ‘동물국회’이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식물국회’인 경우가 허다했다. 임기 4년 동안 국회에 제출된 법안 2만4139건 중 처리한 것은 9119건. 법안처리율이 37.8%로 역대 최저다.

 

국회의 1차적 책무가 법안 심사 처리인데 이것부터 소홀히 했다. 졸속ㆍ과잉이나 발의 건수 쌓기 등 신중히 심사할 법안도 있었겠지만, 법안처리율이 50%도 안 된 것은 엉터리 의원 입법이 많았거나 의원들 스스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지, 놀고먹는 의원들에게 꼬박꼬박 세비를 줘야 하는지 국민이 따져 물을 만했다.

 

20대 국회는 5월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까지 국민을 실망시켰다. 여야는 계류 법안들을 무더기 처리하면서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을 67명에서 77명으로 늘리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끼워넣어 통과시켰다.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은 각 당 소속으로 상임위에 배치돼 입법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실상은 직함과 달리 당직자 인사 돌려막기용 위인설관이다. 일이 별로 없고, 임기도 정해져 있지 않아 국회 주변에선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증원된 정책연구위원은 1급 1명, 2급 9명 등 10명. 이들에게 지급되는 총 연봉이 10억원을 넘는다. 4년간 묵혀 둔 규칙 개정안을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민생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국민 세금으로 억대 연봉자 10명을 증원할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한다며 생색을 내는 한편에선 여야가 밥그릇 늘리는 짬짜미를 한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21대 국회를 이끌 새 원내 사령탑을 뽑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모두 새 국회의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를 꼽았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21대 국회로 연결되는 선상에서 각 당의 억대 연봉자를 늘리는 염치없는 일은 막지 않았다.

 

국민은 과거 국회의 행태에 실망하면서도 새 국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마스크 쓰고 비닐장갑 끼고 투표한 이유다. 모름지기 21대 국회는 직전 20대 국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면교사 삼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 첫 국회의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21대의 목표는 싸우지 않고 일하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국회개혁이 목표”라고 말했다. 새 국회 4년 임기 시작에 즈음해 국회의장 내정자와 양대 정당 원내 대표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일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라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서울 여의도 1번지 국회는 상시적으로 운영돼야 마땅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데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국민은 심야 또는 새벽까지 불 켜진 의사당을 보고 싶다. 고함치며 멱살 잡는 모습 대신 공부하고 토론하는 의원을 보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세계가 한국을 재평가하고 있다. 잘 짜인 의료 시스템과 신속한 진단 방역, 헌신적인 의료진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K-방역’이 벤치마킹 대상에 올랐다. 한국 정치가 ‘K-방역’ 수준의 칭송을 받지 못할지언정 또다시 ‘동물국회’ 행태를 연출했다가는 ‘무관중 정치’로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한국 정치에도 대화와 타협, 협치를 요구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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