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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의 味談(4)] '향토음식'의 사전적 풀이 ... '각 지방의 전통 음식'

 

며칠 전 서울에서 제주음식문화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두 달 전 출간된 나의 책 ‘제주식탁’을 기초로 제주의 고유한 음식문화에 대한 해설 형식의 강연이었다. 행사장은 비교적 넓은 공간이라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하여 넉넉한 간격으로 자리가 배치되었고 원래 100여명 이상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에 50여명의 서울사람들이 자리를 메웠다.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동안 쉼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강연 뒤 몇몇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그동안 제주를 자주 왕래하면서 본인들이 먹었던 음식들의 정체는 무엇이었나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서울에서도 조금씩 제주음식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늘고 있는데 진짜 제주음식인지 궁금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먹었던 음식들은 새마을운동 시대를 거치고 산업화, 현대화 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제주에서 제주음식을 먹는 행위’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제주의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자신이 파는 것이 ‘제주음식’이라 생각할 것이니 논쟁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겠어서 여기서 얘기하는 ‘제주음식’이란 정확히는 ‘제주에서만 먹어왔던 음식들’이라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비단 그것은 제주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지역에 가도 그곳만의 음식이 있고 특히 역사가 깊은 지역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것을 그 지역의 ‘토속음식’ 또는 ‘향토음식’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접어든지 20년이 지난 현재의 제주 향토음식은 그러한 조건을 얼마나 갖추고 있을지 생각 해 보자.

 

현재 제주는 1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이다. 10여년 동안 귀농귀촌 열풍을 타고 이주정착민 또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인구이동이 빈번하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지불하는 돈이 흐른다는 것이고 그 흐름 어디쯤엔가 이를 벌어들이고자 나름으로는 호기롭게 경제활동을 벌이는 사람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경제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이 뛰어드는 판이 외식사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조업 기반도 빈약하고 그로 인해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제주의 실정에서는 가장 손쉽게, 비교적 소자본으로, 짧은 준비기간에 뛰어들 수 있는 업종이 음식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인구 70만이 되지 않는 이 섬에 음식점이 2만5000여곳(휴게음식점 포함)이 영업 중이다. 단순계산 해 보아도 인구 28명당 음식점 1곳이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도 600명당 1곳이다. 도민들은 단골로 여러 번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관광객은 1회 이상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다. 1년에 손님 600명을 받는 식당이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0% 정도의 식당을 제외하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판세가 읽힌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당 경영자들이 활로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품질로 경쟁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희소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도 있고 가격으로 경쟁우위에 서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음식장사를 하겠다면서 상품인 음식보다 소위 ‘사진빨’ 잘 받는 인테리어에 공을 더 들이는 경우도 최근에 많이 발견된다.

 

식당의 상품인 음식에 집중 해 보자. 최근의 외식상품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메뉴자체가 매우 다양해 졌다.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단연코 커피관련 휴게음식점이다. 이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으나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음료가 아닌 음식으로 집중해 보면 역시 가장 많이 눈에 띄고 가장 손님이 많은 곳은 고깃집이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방식 중에서도 특히 ‘근고기’는 이제 제주의 대표 외식상품이 되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목살이 삼겹살과 가격이 맞먹는 곳이 제주이다.

 

고기를 굽는 이 식당들은 최근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육가공업체들이 직접 외식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이 보인다. 이들 중 일부는 향토음식점이란 타이틀을 다는 경우도 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다음 많이 눈에 띄는 곳이 향토음식점이다. 고기국수집들 또한 향토음식점으로 포함되니 많을 수 밖에 없다.

 

향토음식점은 관광객들에게 제주의 맛을 보여준다는 명분을 상품화 한 곳이지만 과연 제주의 맛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을지 의문이다. 이들에게 향토음식과 그냥 음식의 차이에 대해 물어 본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음식이란 사람이 먹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 가운데 상품화되는 음식은 기본적으로 맛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식당 운영자들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맛있게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맛이란 것이 워낙 주관적인 감각의 개념이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맛은 사실상 만들어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요리사들은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음식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맛도 찾아내게 되며 새로운 음식을 상품화 하게 되는 과정이 반복이 되면서 외식상품이 다양해 진 것이다.

 

그러나 ‘향토음식’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달라진다. 향토음식의 사전적 풀이는 ‘지방의 특산품이나 특유의 조리법 등을 이용하여 만든 그 지역의 전통 음식’이라고 풀이하고 있고 일부 사전에는 ‘각 지방의 전통 음식을 가리킨다’라고 단정짓고 있기까지 하다.

 

백과사전에서는 '그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식료품으로 그 지방 특유의 방법으로 만드는 요리'라고 정의를 내린다. 즉 창작이 아니고 재료와 조리법이 정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범주에서 본다면 지금의 제주 향토음식 가운데 그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는 음식이 얼마나 될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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