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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의 味談(6)] 향토음식은 뿌리가 있는 상품 ...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

 

제주 향토음식산업이 이렇게 잘못된 길을 가게 된 원인은 산업화 초기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1970년대 초반 한반도 서남해안의 대기근으로 인해 제주로 대거 이주해온 호남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이들이 제주의 외식산업의 초기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제주사람들은 제주의 음식을 상품화 한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않았던 시기였다. 80년대로 접어들며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관광객들에게 제주 향토음식을 팔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들은 제주의 전통적인 음식을 별로 접해보지 못했던 탓에 제주향토음식에 대한 이해가 없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정체불명의 제주향토음식을 창조해 낸다.

 

70년대에는 이미 새마을운동으로 과거의 전통을 폐습이라 하여 모조리 기억에서조차 삭제시키던 시기였고 주로 제주 시가지에 집중해서 살고 있던 그들은 제주의 전통 음식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주의 식재료에 자신들의 고향에서 해먹던 조리방법을 접목시킨 것이다.

 

그러나 제주의 식재료는 그들이 먹었던 식재료와 달랐고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기 어려웠고 결국 일부 음식을 빼고는 식재료 또한 그들의 고향에서 공수해 오기에 이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주의 향토음식은 한세대가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남에서 이주해온 그들이 제주의 향토음식을 망쳐 놓았다고 탓할 수는 없다. 당시의 그들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렇게라도 해서 제주 관광의 명맥을 유지시켰으며 제주의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당시 제주의 음식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시대였다. 너무도 투박한 비주얼과 단순한 조리방법은 한반도의 조리방법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고 또한 그 당시에는 제주향토음식의 특성상 대량조리가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다시 옛 것을 복원시킬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옛것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음식 또한 단순히 먹을 것으로 보지 않고 문화 상품으로서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 탐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자신이 먹고 있는, 혹은 먹고 싶은 음식의 정체에 대해 탐구하는 ‘음식인문학’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경제 발전은 사회 양극화를 불러 왔고 이는 외식산업에서도 나타난다. 저렴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과 품질과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을 찾는 사람들로 양분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평소에는 소위 가성비나 가심비가 뛰어난 저렴한 음식을 찾다가 일주일에 한두번, 혹은 여행을 다닐 때는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여 식도락가로 변하는 계층을 말한다. 블로그나 SNS 검색을 통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들의 패턴을 분석해 보면 이러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3박4일의 여정 중 열끼의 식사를 한다면 대부분 아침과 점심은 단순한 음식을 찾고 저녁은 고기나 회 등 평소보다 열량이 높고 양이 많은 고가의 음식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30~40%는 고가의 정찬을, 60~70%는 단순한 음식으로 일정중의 식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시 근로자들이 일상에서 일주일 평균 10%정도의 고품질 음식을 먹는 것과 비교하면 여행시에 매우 높은 비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모두가 이런 특징을 보이진 않는다.

 

온라인 기록을 남기는 성향은 주로 20~30대 연령층에서 도드라지며 특히 유명 맛집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서 그러한 특징을 보이는 반면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은 비교적 제주를 자주 찾게 되면서 자신만의 단골집을 확보하고 있거나 제주의 지인들을 통해 품질이 좋거나 정체성이 뚜렷한 음식을 찾아 나선다. 음식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층은 중.장년층이다. 그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알고자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그들은 지역의 전통적인 향토음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들을 맞이하는 제주향토음식점의 종사자들은 오히려 향토음식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현재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50대 이후의 세대들은 제주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없으니 개념 또한 제대로 적립될 리 만무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자신이 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것저것 때려 넣고 자신의 입에 맛있다고 느껴지면 그걸 향토음식이라고 내 놓는 것이다. 식당은 맛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당은 그렇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향토음식은 뿌리가 있는 상품이다. 뿌리에서 영양분을 모아 올려서 가지에 피운 꽃과 열매와 잎을 그릇에 담아 놓아야 하는데 비슷하게 생긴 조화를 잘라서 그릇에 담아서 내 놓는 형국이다. 그래놓고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이 지금의 제주 향토음식업계다. 그래서 점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물어보면 으레히 자신들이 알고도 속아준다고 말을 한다. 기대치를 놓아버린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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