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1차산업, 그중에서도 농업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 코로나19 창궐 등으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제주 농업 생태계에도 변화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에 주목을 받는 게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친환경농업이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와 (영)제주특별자치도친환경연합사업단은 농업과 친환경 먹거리의 현주소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공동기획보도에 나선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위기가 식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발표를 하고 식량 수출을 규제하는 국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 나라들이 수출 금지 품목에 밀과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포함시켰다.
이에 WHO와 함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무역기구(WTO), G20 농업장관들이 “코로나19 위기가 식량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곡물 수출 제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세계기구와 각국의 대응에 지금까진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위기가 우려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거나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경우 식량 위기 위험은 언제든 존재한다.
#농산품 시장 체계, 무역·거대기업 의존…식량안보 위협
이 때문에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 즉 식량 자급력이 부족한 국가에선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지난 2009년 56.2%에서 2018년 46.7%로 하락했다. 또 연간 곡물 1600만t 이상을 들여오는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다.
식량 문제가 ‘안보’ 문제로 심각해진 배경엔 무역과 거대기업에 의존하는 농산품 시장 체계가 있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폐기의 악순환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 구조는 식량 공급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동시에 먹거리 자체의 안전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유통 안정성 확보돼야
안전한 먹거리를 따질 땐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한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의 안전성이다. 믿을 만한 생산자인지, 유통 과정이 짧은지 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밥상에 올리는 것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생산자가 재배한 농산물이 다단계 유통을 거친다면 그 반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부분의 식자재엔 생산지 또는 생산자, 제조일자, 유통기한 등을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조차도 불법으로 변경하는 사건이 잦아지면서 100% 확신을 갖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은 일반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는 일을 더욱 요원하게 만든다.
#“비대면 온라인 구매,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지난달 28일 ‘제주친환경공공급식유통센터의 추진 방향’ 주제로 열린 ㈔제주도친환경농업협회 창립 2주년 정책 세미나에서 “비대면이 강조되고 먹거리의 온라인 구매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오히려 많은 단계와 긴 운송거리를 통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는 농식품 체계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으로 굳어진 국내 농식품 체계 구조를 적정생산과 적정소비 구조로 바꿔야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선 소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지역 농가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환경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 먹거리 안전 지속가능하게 해”
강순원 한살림제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전무이사는 “농산물이 자라는 땅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과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소비자가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친환경 먹거리를 소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장 코로나19 상황에서 ‘생태적 전환’이라는 화두를 정확하게 잡지 않으면 곧이어 다가올 기후변화와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생태적 전환의 기본은 지역화이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동관 제주친환경연합사업단 단장은 “농산물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각종 화학비료와 농약은 땅을 죽이는 동시에 우리의 먹거리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생명과도 같은 땅을 살려 먹거리의 안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제주투데이=조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