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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3000 고지 넘어선 코스피

 

주식시장이 새해 벽두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스피가 7일 3000 고지에 오른 데 이어 8일에는 120포인트 폭등하며 3100선도 넘어섰다. 코스피는 2020년 12월 23일부터 새해 1월 8일까지 10거래일간 418.5포인트(15.3%) 치솟았다. 1월 6일 하루를 빼고 9거래일 상승했다.

 

코스피 3000 시대 개막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서 세운 신기록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경제 규모나 기업 실적에 비해 국내 주식이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돼온 것을 불식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반기기에는 우려스러운 점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강세장을 주도한 것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쥐락펴락해온 증시에서 개인이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증시 저변 확대 측면에서 반길 일이지만, 최근 개인들의 투자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개인의 순매수가 47조원을 넘었는데 이중 상당액이 빚이었다. 동학개미 운동이 확산하며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계속 증가했다. 개인이 주식을 사려고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1월 7일 2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1차 대유행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며 신용융자 잔액이 6조원대로 감소했던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9개월여 만에 3배로 불어났다.

 

주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신용융자를 레버리지 삼아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빚내 사들인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개인이 대출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회수한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주식 수량만큼을 하한가로 계산해 시장가로 팔아치우기 때문에 투자자로선 큰 손실이 난다. 게다가 이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해당 종목 주가가 하락해 피해는 다른 투자자에게도 이어진다.

 

 

급격히 늘어난 개인의 신용대출도 뇌관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원으로 연초 대비 23조7374억원(21.6%) 증가했다. 이중 상당액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더 큰 문제는 달아오른 증시와 달리 실물경제는 1년째 지속된 코로나 사태 속 침체 수렁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잇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내수가 부진해 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수출이 선전한다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기업 경기도 코로나 사태로 직ㆍ간접적 특수를 누리는 정보기술(IT)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중소기업은 어려움에 처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 여파로 실직자가 양산되고, 신규 취업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실물경제가 떠받치지 않는 자본시장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가 그랬다. 단기간 주가 급등에 따른 거품 징후는 지표로 나타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월 6일 기준 13.73배. 최근 10년 평균(9.8배)을 넘어선 데다 IT 거품이 있었던 2000년 7월(14.46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율인 ‘버핏 지수’도 지난해 이미 12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버핏 지수는 80% 아래면 증시가 저평가, 100% 이상이면 고평가된 것으로 간주된다.

 

3월부터 재개될 공매도가 증시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3월로 연장했다. 그 바람에 시장에서 퇴출될 좀비기업들이 연명하고 있다. 주가가 내려가야 돈을 버는 공매도는 기초체력이 약한 증시를 끌어내리고, 빚투한 개인들은 손실을 보게 된다.

 

증시는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고 위험회피 수단도 적은 개인의 빚투는 위험한 행위다. 코로나 사태에도 코스피가 3000 고지를 넘어선 것은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으로 유동성이 많이 공급된 데다 초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로 쏠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전개에 따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을 검토할 테고, 부채가 많은 이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건이 변화하면 외국인은 주저없이 주식을 팔고 자금을 빼내간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은 ‘주가 3000 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운운하며 치적으로 삼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국은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등 말만 해선 안 된다. 부동자금이 증시로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유동성을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개인들도 주식투자는 여윳돈으로 자기 책임 아래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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