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이라 한다) 제223조, 동법 시행령 제43조의 규정에 따라서 2006년 12월 4일 고시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송악산 관광지(해당면적 162만8822㎡ = 유원지 + 송악산 해양군립공원) 개발이 명문화 되었다.
그 후 ‘장기 미집행 부지’라는 이유로 제주특별자치도는 고시 제2008-180호로 2008년 12월 24일 관광진흥법 제52조 제4항에 의하여 송악산 관광지 지정은 폐지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9년 6월 29일 고시 제2009-84호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변경계획을 고시하여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를 폐지하고 개발방식을 일원화함에 따라서 송악산 관광개발은 관광지구 개발방식이 아니라 유원지 개발방식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게 됐다.
쟁점은, 건축물의 고도기준과 경관 계획에 합치되는지의 여부이다. 폐지된 해당 관광단지, 관광지구 내의 건축물의 고도기준은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관리계획으로, 건축물의 고도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그 도시관리계획에 의하여 결정된 건축물의 높이에 의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런데 기존 송악산 유원지 내 토지를 소유한 법인이 2009년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관리계획 용역 중에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 중에 있으므로, 본사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제면적을 조정해달라는 요청(제주특별자치도 도시관리계획 용역보고서 2010년 3월 작성 569페이지 참조)'을 하였고, 도지사는 2010년 3월 8일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사항을 고시하면서 송악산 유원지의 면적을 기존 98만9730㎡에서 19만1950㎡(이하, ‘송악산 유원지 지역’으로 약칭한다)로 변경하여 고시하였다.
2013년 12월 19일 송악산 유원지 일대를 매입한 중국자본인 유한회사 신해원이 개발사업 시행승인 신청을 위한 관계서류를 허가권자인 서귀포시장에게 제출했고, 2013년 12월 20일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공고가 이뤄졌고. 2014년 2월 5일 서귀포시장은 관련부서 및 지역주민 의견을 사업시행자에게 통보했다.
2014년 4월 18일 경관위원회에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한 경관심의를 요청했지만, 3번 재심의가 이루어진 후 2014년 9월 26일 경관심의에서 조건부로 가결됐다. 송악산 유원지 개발의 첫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유원지지역은 송악산 분화구 북쪽에서 동알 오름에 이르는 19만㎡로, 핵심 시설은 송악산 맞은편에 자리할 8층 호텔이다. 사업시행예정자가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주변 오름 조망은 불가능해진다. 유원지 허가권자인 서귀포시는 유원지의 기정 면적 중 80% 정도를 축소하는 것은 유원지 구역의 일부변경으로,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1999년 사업승인 때 정한 세부시설과 건축물 고도(8층 호텔)가 그대로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논란 속의 8층 호텔 위치는 과거 계획과 일치하지만 원래 상가시설 부지이었고, 상가를 호텔로 용도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2010년 3월 8일 도시관리계획의 재정비 고시로 유원지 면적이 80% 정도 축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정의 실시계획에 나타난 공사도면 그대로 건축하지 않고, 용도나 형태, 건축선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하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송악산 유원지의 면적이 80% 정도 축소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자(子) 계획인 기정의 유원지 실시계획(1999년 12월 30일자)의 인가 효력은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아(국토계획법 제61조, 동법 시행령 제70조) 폐지 또는 변경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당시 효력을 갖고 있는 조례 또는 경관관리계획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 2014년 당시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제주도 경관 및 관리계획(법규적 효력을 갖는 계획임)’에 따르면 건축물의 고도에 대하여 자연녹지지역 8미터, 오름 경계에서 1.2km 이내는 오름 높이 10분의 3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9년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변경하면서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가 폐지되면서 건축물 고도를 국토계획법 상 ‘도시관리계획’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2012년 1월 30일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을 변경하면서 도시관리계획으로 건축물의 고도 완화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계획은 제주도가 세운 경관 및 관리계획에 배치된다.
제주도가 2009년 수립한 경관 및 관리계획에 의하면 사업부지의 절개 또는 성토의 범위는 3m 미만으로 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최대 8.7m를 절토하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최대 절토지는 동알오름과 섯알오름 사이에 있는 셋알오름이다. 또한 현재의 개발계획은 송악산 외륜과 셋알오름의 동굴진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사업자는 동굴진지와 사업부지와의 거리가 300m라고 말하고 있으나, 2009년 일제진지동굴 학술조사 보고서를 보면 사업부지와 맞닿아 있는 동굴진지도 있다.
사업자측은 동굴진지의 입구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영향을 애써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제출한 동굴진지 입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는 30m이다. 셋알오름에 위치한 이 동굴진지는 최대 절토지와 매우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매우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제주도가 제출한 2009년도 동굴진지 학술조사에 따르면 셋알오름 진지동굴은 사업부지와 완전히 맞닿아 분포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제주특별자치도 경관심의위원회는 2014년 9월 26일자로 8층 높이의 호텔을 짓고, 절성토의 기준을 현재 도로공사의 기준으로 낮추는 조건으로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조건부 통과시켜 버렸다.
이중분화구(double volcano) 송악산과 주변은 지질 · 생태 · 경관적 가치에다가 일제의 토지수탈은 물론 한국전쟁의 역사적 현장이자 4·3사건의 비극적 현장으로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다크투어리즘’의 1번지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이 소중한 유산을 외자유치와 관광개발의 명분으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원희룡 도지사가 2020년 10월 25일 일요일 오전 10시,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예정부지인 송악산 앞에서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도의회와 언론사, 재야환경단체 등의 다양한 여론을 취합하여 이런 선언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도지사의 약속이 '정치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법규적 효력을 갖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발계획을 수정하는 등으로 법제도화 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석은? = 현재 제주불교신문 편집인이자 변호사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 발행인 겸 대표,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대한문학 제53호 신인문학상을 받은 '나 홀로 명상'(2009년, 불광출판) 수상집이 있다.
☞송악산=해발 104m에 불과하지만 지질학적으로 정평이 난 산이다. 120만년이란 형성사를 간직한 제주도에서 이 산은 고작 4000~5000년 전에 분출해 만들어졌다. 그것도 바닷속에서 화산폭발이 이뤄져 제주 본 섬과 몸을 합치더니 중심부의 2차 화산활동으로 ‘분화구 안에 분화구’를 갖춘 이중분화구 구조가 됐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이자 ‘한반도 최근세 화산’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지질학자들은 화산활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화산지질학 교과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산은 역사의 생채기마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해안절벽지대엔 15개의 인공동굴이 뻥뻥 뚫려 있고, 곳곳마다 참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이던 1940년대 초 일본군이 ‘태평양 결(決) 7호 작전’이란 이름 아래 요새화에 나선 결과다. 해안포 진지였던 인공동굴은 미군함대를 향해 포탄을 안고 육탄돌진할 가미가제(神風)식 어뢰정의 은폐장소이기도 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때 일본군은 미군의 상륙루트를 이곳으로 봤고, 7만 명의 병력을 제주도에 주둔시킬 정도였다. 물론 송악산의 배후지인 드넓은 벌판 ‘알뜨르’엔 공군기지가 만들어졌다. 지금도 알뜨르엔 일제의 지하벙커·관제탑의 흔적이 남아 있고, 1m 두께가 넘는 콘크리트 항공기 격납고 23기가 널려 있다. 한국전쟁 무렵 국군의 양성소인 ‘육군 제1훈련소’가 있던 자리도 송악산 지척이다. 지금 대한민국 해병대 1개 대대가 주둔하고 있는 자리가 그곳이다.
송악산 부근 섯알오름은 학살의 장소이기도 했다. 4·3사건의 광풍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불었던 살육의 피바람은 이 산 언저리를 또 선택했다. 수많은 주민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총살을 당하고 파묻힌 곳이 또 그곳이다.
그 험한 세월을 보낸 송악산은 아예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를 처음 겪게 된 시기는 1999년이다. 우근민 도정시절이던 1999년 12월 말 이 산의 분화구지대를 사실상 갈아 엎는 레저타운 개발사업을 제주도가 승인해줬고, 대한지질학회 등 학계와 환경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인 끝에 수년 만에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송악산은 2010년 의도치 못한 '올레 걷기' 열풍의 무대가 됐다. 당시 산 정상까지 탐방객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산 정상부는 맨땅을 드러냈고, 풀 조차 보기 어려울 지경에 몰렸다.
화산재 흙은 산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고, 곳곳에서 뿌리를 드러낸 나무도 쉽게 만날 정도였다. 급기야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나서 올레코스를 바꾸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정상부 출입금지’란 형식으로 그 자연은 다시 보호되는 듯 했다.
송악산은 2010년 다시 우근민 도정을 거치면서 또 중국자본 개발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다시 들고 일어섰고,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지역개발의 문제를 지적함과 아울러 그 비경을 특정 업체가 독식한다는 '경관 사유화' 논리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