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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합격자 입사 포기 ... 낮은 임금 등 직원 만족도
5년만에 44명 직장 떠나 ... 장기간 인사적체에 조직개편 난망

 

사실 치욕이었다. 지방공기업이라지만 그래도 요즘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5년만에 어렵사리 신입직원을 뽑았더니 낭패였다. 한 합격자가 "임금이 낮다"며 입사를 포기했다.

 

'제주관광의 중추' 역할을 해오던 제주관광공사가 초유의 경영위기 국면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수익이 없어 독자생존의 길이 요원한데다 '시어머니' 같은 제주도정의 등쌀을 벗어날 방법도 없어 미래로 갈 묘수도 찾지 못하고 있다.

 

입사포기자 사례만 있는게 아니다. 14일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낮은 임금’을 이유로 입사를 포기한 신입직원 사례 외에 최근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자가 없어 재공고를 했다.

 

공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급여 문제는 물론 공사의 불투명한 미래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업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고용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강도, 높은 임금 등으로 인기 있는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에선 5년 동안 4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제주관광공사의 직원 만족도는 2016년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직원들의 이직 의향도 40%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낮은 임금·인사 적체→직원 만족도 저하→인력 유출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9월 이뤄진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249개 대상 경영평가에서 전국 최하위인 '라'등급을 받았다. 

 

제주관광공사 일반 정규직 6급(신입) 초봉은 지난해까지 도내 다른 지방공기업인 A사보다 연 300만원가량 적었고, B사보다는 연 800만원 이상 낮아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 최근 보수 규정이 개편되면서 올해 A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관광공사가 이욕적으로 출범시킨 시내면세점도 좌초됐다. 롯데.신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내면세점 사업에 2016년 2월 진출했지만 결과는 최악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최근 4년 동안 268억 원의 적자가 쌓였다.

 

결국 지난해 4월 제주신화월드 내 내국인면세점 사업을 철수하는 등 경영 위기를 겪었다.

 

물론 언강생심 정규인사 등 조직정비도 물건너갔다. 하위 직원을 중심으로 장기간 인사가 자연스럽게 미뤄지며 직원들은 기약 없는 '악조건'을 버텨야만 하는 상황으로 전락했다.

 

공사 일반 정규직 137명 중 102명(74.45%)이 승진 연한을 초과했다. 이 중 5~6급 하위 직원(86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2016년 66.9점에서 2017년 58.6점, 2018년 52.4점, 2019년 50.9점, 지난해에는 51.8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에서는 2016년 이후 44명의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이 중 도내 다른 지방공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다. 이후 충원된 인력은 6명에 그쳤고, 직원들의 이직 의향은 40%를 웃돌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철수와 지정면세점의 매출 상승세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재무위기를 해소했다. 하지만 조직 내부의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조직개편 통한 혁신 시급 …“외부 경영진단 결과 바탕으로 협의 중”

 

제주관광공사의 위상은 사실상 2008년 6월 출범 초기부터 문제였다. 시작부터 제주도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 도정의 '감 내놔라 배 내놔라' 요구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데다 본부장마저 도정에서 보낸 인사로 채워지면서 '사장 위에 본부장'이란 비아냥이 들렸다.

 

사실상 제주도의 하위 부서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공사가 추진중인 조직개편안은 물론, 각종 사업과 예산 집행과정에서 제주도의 동의나 협의없이 자체적인 추진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0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벌어진 사업손실이 결과적으로 업무를 열심히 수행한 직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도의회는 혈세를 쏟아부어 공사를 설립했지만 막대한 손실이 이어지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제주관광공사를 없애고 '재단'의 형태로 재출범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서슴지 않았다.

 

제주도는 공사를 상대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 한다. 공사는 관광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예산 집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재량권 자체가 사실상 봉쇄돼 있다. 

 

면세점 이외에는 마땅한 자체 재원이 없는 공사에 제주도가 지급하는 대행사업비와 전출금은 ▲2015년 126억 ▲2016년 129억 ▲2017년 163억 ▲2018년 159억 ▲2019년 170억 ▲지난해 157억원 등 한해 100억원 이상이다. 이는 공사가 제주도의 의견과 요구를 배제할 수 없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도정의 개입으로 사실상 '진짜 지휘관'이나 다름없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4월 3선 고지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권도전으로 선회하면서 공사의 지휘체계도 엉망으로 흐르고 있다.

 

새로이 취임한 사장 등의 의욕적 조직운영에 대해 곳곳에서 파열음이 벌어지고 지휘가 제대로 하부단위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근본적 이유는 확실한 수익 사업이 없다는 데 있다. 면세 사업 중 제주신화월드 내 내국인면세점은 만성 적자로 사업을 접었다. 중문면세점은 조금씩 흑자를 보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해외 직구와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내국인 면세점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고, 중문관광단지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줄면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제주관광공사는 고은숙 사장 취임 후 지난해 12월부터 최악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영진단을 벌였다.

 

공사는 경영진단을 시행한 뒤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인력 운영방안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또 조직을 새롭게 한 뒤 코로나19에 따른 관광 위기 극복을 위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과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경영진단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면서 조직개편은 부지하세월이다.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현재 외부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조직 개편안을 두고 제주도와 최종 검토 단계에서 소통하고 있다”며 “임금 체계 부분에서도 제주도와 협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직 개편이 당장 공사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지만 다각도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25일 창사 13주년을 맞는 제주관광공사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갈 것인지 그 미래가 주목된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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