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일 된 아들을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산후조리원에 유기해 구속된 30대 부모가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친자식을 유기·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사실혼 관계인 A(33)씨와 B(36·여)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3월 6일께 제주지역 모 산후조리원에 태어난 지 3일 된 아들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잠시 집 정리를 하고 오겠다”면서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산후조리원에 C군을 맡긴 후 잠적했다.
A씨와 B씨는 산후조리원이 약 두 달간 설득했음에도 자녀 양육 책임을 회피하고 시설 이용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후조리원은 결국 지난 4월 26일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에서 붙잡혀 21일 구속됐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당장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앞서 2019년 10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첫째 아들을 유기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산후조리원 측이 경찰에 신고하자 첫째 아들을 A씨 어머니에게 맡긴 채 사라졌다.
첫째 자녀는 현재 A씨 어머니가 돌보고 있고, 둘째 자녀는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졌다.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가 안된 상태다. 다행히 돌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다.
B씨는 전남편과의 혼인 관계를 정리하지 않은 채 A씨와 살면서 이들을 낳아 법적 문제 등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법 제844조에 따르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본다.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
B씨는 지난 2월 전남편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상 두 아이는 친부인 A씨가 아닌 전 남편 호적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두 아이와 친부의 관계를 바로잡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친모 B씨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결국 재판을 포기했고, 해당 소송은 자동 폐기됐다.
제주시는 두 아이에게 임시 사회보장번호를 발급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A씨와 B씨가 낳은 3살, 1살 자녀는 건강보험이나 영유아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예방접종 및 검진 등 각종 의료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이 자녀를 포함, 미등록 아동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취학연령이 돼도 공적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교육적 방임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보호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신체적·정신적·성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 역시 크다. 실제 아동이 그런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원이 없어 국가는 해당 상황을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부터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분만이 이뤄진 의료기관에 아동의 출생정보를 국가·공공기관에 통보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인권위의 권고에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등에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갑)을 포함한 36명의 의원들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해 관계 법령인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기도 했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이 아동 출생 후 7일 안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통보서를 제출하게 된다. 평가원은 이에 출생통보서를 출생지 관할 시·읍·면의 장에게 송부하고, 시·읍·면의 장은 해당 출생통보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한다.
하지만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송 의원은 "국가 보호 범위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야 하는 아동이 출생신고를 못 해 의료 혜택이나 의무교육에서 배제된다면 이는 국가 제도의 문제”라면서 "부모 신고에 의존하는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한계가 많다. 법 개정을 통해 '분만에 관여한 자'도 출생신고 신청이 가능하게 해 우리 아이들의 출생부터 성장까지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