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 복수국적을 가지고서도 가족과 모국을 위해 자원입대한 해병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해병대 제9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 중인 박미겔 병장이다.
박 병장은 1988년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한국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복수국적을 가지게 됐다. 이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대부분을 남미국가에서 생활하며 각 나라들의 정서와 문화를 접하면서 자랐다.
이에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자칫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까봐 어린시절부터 가정에서 한국의 역사, 언어, 전통 등을 가르쳤다.
국적 선택의 시기(만 18세)가 됐을 때, 박 병장은 아르헨티나 국적을 보유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타국에서 자라나는 딸에게 한국인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어 고심 끝에 귀국을 결심했다.
박 병장은 지난해 1월 병무청에 입대신청서를 제출, ‘유자녀 기혼자 제도'에 따라 해병대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해 7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제주시 화북동 예비군중대의 행정병으로 배치받았다.
입대 초반, 그는 예비군을 관리하는 부대의 특성상 업무환경과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동대장과 선임병들의 도움과 배려 덕분에 잘 적응해 현재는 부대를 대표하는 모범해병으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퇴근 후에는 외국에서 나고 자란 딸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서·언어교육 및 육아에 전념하고,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격증 취득 등의 자기계발활동도 하고 있다.
박미겔 병장은 “33살이라는 늦은 나이 입대는 인생에 있어 큰 도전이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었기에 결코 두렵지 않았다”며 “군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부대에서 배려해준 만큼 전역하는 순간까지 나라에는 충성하는 군인, 가정에는 믿음직스러운 가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자녀 기혼자 제도는 현역병 입영대상자 가운데 자녀를 1인 이상 양육하는 사람으로서 기본군사훈련 후 향토방위 부대나 이를 지원하는 예비군 중대 등에서 출퇴근 형태로 18개월 복무·양육의 여건을 보장하는 상근예비역 제도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