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53분께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 구역 내 사제비오름에서 불이 났다. 윗세오름 산장에서 1.9km, 어리목 광장에서 2.5km 지점이다. 화재로 조릿대와 구상나무 등 약 1.6㏊가 불에 탔다.
이날 불은 사제비오름을 지나던 한 등산객이 “등반로 옆에 연기가 솟아오른다”고 119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윗세오름 산장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을 현장에 급파, 진화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마른 조릿대와 바람으로 인해 산불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와 함께 제주소방서에 긴급출동 조치를 내렸고, 산림청과 경찰에도 산불진화용 헬기 지원 요청했다. 이와 함께 도·시 산불관련 부서 및 경찰 등 유관기관에도 즉시 통보, 소방공무원들의 비상소집이 이뤄졌다.
신고를 받은 산림청헬기는 낮 12시20분께 이륙, 오후 1시부터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였다.
불길은 소방헬기의 도움으로 점차 잡혀갔다. 또 현장에 도착한 소방인력들 덕분에 마침내 오후 1시20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이어 경찰헬기도 1시35분께 3차례 물을 뿌리면서 잔불작업도 수월해져 1시45분께 완전 진화했다.
화재발생 1시간 50여분만이다. 오후 2시30분 현재 만일에 불씨가 살아날 경우를 대비해 소방인력 150여명이 남아있다.
한라산을 올랐다가 화재를 목격한 김순화(41·여·부산)씨는 “강한바람 때문에 불길이 왼쪽으로 순식간에 번졌다”며 “군 장병들이 동원돼 불길을 잡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등산객 김선경(33·여·경기)씨는 “처음에는 헬기 1대가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헬기가 물을 뿌리려 하자 다시 큰 불이 올랐다”며 “여러 대의 헬기가 동원됐다면 불길을 빨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투입된 인원은 의용소방대를 비롯한 소방공무원 561명과 도·시청 공무원 360명, 특전사와 경찰을 비롯한 제주방어사령부 장병 등 359명 등 총 1270명원이 동원됐다.
또한 헬기 2대와 소방차 등 17대, 등짐펌프 500대도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바람의 방향으로 봐서 등반로를 걷던 등산객이 버린 담뱃불로 인한 화재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산불 규모와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해발 1300m인 사제비오름은 한라산 어리목 서쪽에 1.9km 정도에 있는 작은 동산 같은 오름이다. 일명 ‘사제비동산’이라고 한다. 동산 대부분 지역에 조릿대와 관목수종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한편 이번 한라산에 난 불은 1988년 11월13일 사라오름에서 발생한 이후 23년만에 발생했다.
당시 사라오름 정상 동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7ha가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