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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 간판 뒤에 숨은 그들 ... 행정의 확인은 전무했다

공무원-사업자간 유착 의혹, 엉터리 지질·동굴 조사보고 등을 자초한 동복리 제주자연체험파크의 이면엔 한 연구소가 똬리를 틀고 있다.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최씨가 그 스스로 소속이라고 밝힌 연구소다.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다.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는 2011년 1월13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 허가를 받았다. 등기에 명시된 수행 사업은 지질, 고고학 및 동굴을 조사하고 분석, 자료수집, 가치평가 등을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한 학술조사 및 연구는 물론 학술 세미나도 개최하고 교육과 시민강좌 및 학술문화 교류도 한다. 또 정부 또는 외부로부터의 위탁연구용역도 벌인다고 한다.

 

 

연구소가 내세운 바대로 해당 연구소는 제주도내에서 다양한 용역을 수행했다. 제주도 수의계약 현황에 따르면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는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주시, 서귀포시가 발주한 8건의 용역을 수행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1, 2, 3, 5번 용역은 장기계속 용역인 '서귀포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모니터링 용역'의 일부라 1~3차 분 모두 합해서 1건으로 본다.

 

8건 중 6건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이뤄졌다. 표에 있는 8건의 계약금을 모두 합하면 1억7394만4400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8건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 수의계약 현황에는 현재 2016년 11월15일 이후의 용역계약 분만 탑재돼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용역계약 관련 회계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2016년도고 관련법상 계약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도 2016년 11월 그쯤이다. 특히 계약관련 정보는 계약일자 기준 5년 동안만 자료를 보존하도록 돼 있다. 5년이 지난 자료는 탑재 의무가 없으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확인한 결과 계약 현황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서귀포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모니터링 용역(장기계속)'은 착수일인 2016년 6월1일부터 총완수일자인 2018년 3월22일까지 1, 2, 3차에 걸쳐 총부기금액 1억2344만6400원으로 계약됐다. 서귀포시가 1차부터 맡아서 하다가 업무 자체가 넘어오면서 2차 분부터 세계유산본부가 맡았다.  

 

위에 첨부된 제주도 용역계약 현황 속 1, 2, 3, 5번 용역이 2, 3차 분이다. 용역의 총부기금액에서 1, 2, 3, 5번의 계약금을 빼면 5763만1000원이 남는다. 계약용역 현황에서 확인할 수 없는 1차 시행분이다. 

 

현직 공무원인 최돈원씨는 총부기금액이 1억2344만6400원인 이 용역 보고서에서도 연구책임자로 등록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서귀포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모니터링 용역(장기계속)’의 착수신고서에 참여 연구진으로 현직 공무원인 최씨가 등록된 것과 관련해 "연구소가 제출한 착수신고서에는 (최씨가) 공무원이라고 적지 않고 연구소 소속이라고만 해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해당 용역은 서귀포시가 진행하다 2차 분부터 세계유산본부로 업무가 넘어온 것"이라면서 "서귀포시에서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와 진행했기에 2, 3차분도 그대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인된 용역은 이 8건 말고도 더 있다. '제주 비지정 천연동굴 3차 실태조사 용역'이다. 계약기관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고 계약금은 9700만원이다. 이 용역은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와 지난달 26일 계약됐다. 하지만 용역 계약현황의 경우 지방재정시스템을 거쳐 공개되기 때문에 전산상으로는 아직 제주도 계약현황에 오르지 않았다.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가 한국지질다양성 연구소와 2016년부터 계약한 용역 중 <제이누리>가 확인한 9건의 계약금액을 모두 합하면 3억2857만5400원이다. 

 

그나마 공공기관이어서 공개된 현황이다. 공개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사기업으로부터 받은 용역은 ‘제주자연체험파크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통합본’처럼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 중 2016년 5월3일 공고된 ‘서귀포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모니터링 용역(장기계속)’의 용역 개찰결과 상세조회를 보면 개찰 1순위로 ‘사단법인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가 확인됐고, 대표자 명으로는 정모씨가 등록됐다. 

 

 

익숙한 이름이다. 정모씨는 앞서 <제이누리>가 지난 10일자로 보도한 <공무원-사업자 유착 의혹 제주자연체험파크, 환경영향평가서도 '엉터리'>에서도 서서히 존재를 드러낸다. ‘포레스트사파리제주 조성사업 부지 내 정밀조사(동굴 조사 및 지구물리탐사) 보고서’ 조사 참여자 중 보조원이자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 부장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제이누리>는 해당 보도를 통해 ‘제주자연체험파크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통합본’ 내 2번에 걸쳐 수록된 ‘포레스트사파리제주 조성사업 부지 내 정밀조사(동굴 조사 및 지구물리탐사) 보고서’는 동굴 측량도가 등장하지만 조사 참여자 중 측량 전문가가 없어 신뢰도가 의심된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제이누리>가 확보.확인한 용역 보고서 및 용역 계약현황 등에 따르면 정모씨의 이름은 최씨와 함께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가 맡은 용역 보고서 또는 용역 계약현황에 수차례 등장한다.

 

최씨는 공무원이 아닌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책임연구원 혹은 전 제주도 문화재전문위원, 경상북도지질공원위원회 위원 등의 직책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용역 보고서의 연구책임자 또는 자문위원으로 기록됐다. 

 

 

이와 함께 정모씨는 2018년 6월 완성된 ‘포레스트사파리제주 조성사업 부지 내 정밀조사(동굴 조사 및 지구물리탐사) 보고서’에서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 부장 신분이자 용역 ‘보조원’으로 기록됐다.

 

또 2018년 6월14일 계약된 '표선민속관광지 진입도로 발견동굴에 대한 특성조사 용역'의 보고서에서 한국지질다양성 연구소의 연구원 직함을 달고 용역 연구보조원으로 등록됐다. 

 

2021년 1월26일 계약된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내외 도로개선에 대한 지표조사 용역' 보고서에서는 한국지질다양성 연구소의 이사장 직함을 달고 용역 연구원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정모씨는 <제이누리>가 확인한 나라장터 등 다양한 용역 기록에서 전 대표이사인 강모씨가 대표자로 등록된 일부 용역을 제외하고는 용역 계약의 '대표자'로 등장한다. 그의 신분은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부장인걸까, 연구원인걸까, 대표자인걸까? 

 

 

<제이누리>가 입수한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22년 8월6일 기준 대표이사는 정모씨다. 그의 취임날짜는 2019년 2월13일이며 등기날짜는 2019년2월15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가 2019년 2월13일 이전 모든 용역을 계약할 당시에는 대표자가 정모씨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현황상 가장 과거 날짜 계약인 ‘서귀포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모니터링 용역(장기계속)’ 공고의 제안요청서에는 입찰 업체가 <업체 일반현황 및 연혁>에서 업체명과 대표자명, 사업분야, 주소 등을 기입하도록 돼있다. 이 때의 ‘대표자’는 통상적으로 대표이사를 말한다.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는 해당 용역을 입찰할 때 등기부등본에 오르지도 않은 정모씨를 대표이사로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2016년 당시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대표는 과연 누구였나.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해당 연구소의 대표이사는 2015년 1월26일 첫 대표이사였던 강모씨가 퇴임한 이후 2019년 2월13일 정모씨가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기까지 약 4년간 자리가 비어있다. 이 기간 강모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가 진행한 용역의 대표자로 2번 등록됐다. 

 

이사진 또한 2013년 1월26일, 2015년 1월26일, 2016년 9월22일 줄줄이 퇴임하거나 사임해 새 대표이사와 새 이사진이 취임한 2019년 2월13일까지 아무도 등록되지 않았다. 등기부등록상으로는 약 3여년간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이사진도 없는 ‘유령회사’였던 것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퇴·사임 년도는 2013년, 2015년, 2016년 등 다양하지만 이들의 퇴·사임이 등기된 일시는 전 이사진 길모씨를 제외하고 모두 2019년 2월15일이다. 새 대표이사와 새 이사진이 등기된 날짜와 같다. 이사진이 아무도 없었던 2016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어떤 서류를 보고 용역계약 결정을 내린걸까.

 

앞서 <제이누리>가 사업자 유착 의혹을 제기했던 현직 공무원 최돈원씨도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등기부등본에 전 이사로서 등장한다. 그는 2013년 1월26일 이사에서 퇴임했지만 2019년 2월15일 그 사실이 법인 등기부등본에 올랐다.

 

두 줄 밑에는 ‘제주자연체험파크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통합본’의 ‘포레스트사파리제주 조성사업 부지 내 정밀조사(동굴 조사 및 지구물리탐사) 보고서’ 조사 참여자로 최돈원씨와 함께 나란히 이름이 기록됐던 정모씨.

 

현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대표이사인 정모씨는 최돈원씨와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법인의 등기부등본에는 대표이사의 주민등록 주소지가 명기된다. <제이누리>는 정 대표이사의 주소지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집합건물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입력해봤다.

 

 

분명 정 대표이사의 주소지다. 그런데 ‘소유권에 관한 사항’이 기록된 ‘갑구’에 현 소유자로 익숙한 이름이 또 나온다. 최돈원씨다. 정모씨는 최씨의 모 논문 속 '감사 인사'에서 '아내'로 버젓이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의 각종 용역계약은 이 부부의 합작품이었다는 말이 된다.

 

2016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표이사도 이사진도 없었던 유령회사 한국지질다양성연구소. 2016년 2월24일부터 2017년 2월15일 사이 이뤄진 ‘동복 사파리월드 조성사업 부지 내 동굴 및 존재가능성 조사’와 2018년 6월 완성된 ‘포레스트사파리제주 조성사업 부지 내 정밀조사(동굴 조사 및 지구물리탐사) 보고서’.

 

그리고 문제의 두 보고서가 수록된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통합본. 현직 공무원인 남편과 전문 자격 여부가 불투명한 아내가 꾸리는 ‘유령회사’에 각종 용역을 맡긴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

 

그런 용역결과를 근거로 제주도의 각종 개발사업은 지금도 한창이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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