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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정부, 하반기 성장률 전망 낮춰
상저하고 진단 유지했지만 … 대중 수출 13개월째 마이너스
실업률 하락, 노년층이 주도 ... 청년층 실업률 여전히 심각
GDP 웃도는 가계부채 규모 ... 규제개혁 위한 여야 협력 필요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침체한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진단은 유지했다.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1.8%까지 상승하고, 내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이긴 해도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부합하는지 걱정스럽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해서 흑자를 기록한 게 아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나타난 ‘불황형’ 흑자다. 실제로 수출은 9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중(對中) 수출도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둔화했다. 한때 6%를 넘어섰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낮아졌지만, 체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고물가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줄었는데 외식과 식품, 전기·가스·수도료 등 의식주 물가는 10~20%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낮아진 실업률에도 함정이 있다. 취업자가 노년층 위주로 늘었지 청년실업은 심각하다. 취업 준비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이 5월에 3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6000명 늘었다. 산업별로도 괜찮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는 수출 부진 여파로 줄었다.

성장률 1.4% 전망은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 네 차례 경제위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완전한 회복 단계에 들어설 것이라며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2.4%도 코로나 사태 직전 5년(2015~ 2019년)간 평균 성장률(2.8%)에 못 미친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일시적이 아닌 고착화 단계로 진입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더구나 올해 저성장은 비단 반도체와 중국의 경기 침체 때문만이 아니다. 철강·조선·석유화학·전자 등 수출 주력산업 대부분이 부진하다.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이들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한 탓이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고 빚을 내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부지기수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도는 가계부채는 내수 회복을 제약한다.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나라곳간 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국세 수입은 올 들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6조4000억원 적다. 올해 세수결손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선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는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버거울 것으로 본다. 야당도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임기 말까지 추경 없이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중앙이든 지방이든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수출과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며 (역대 최대인) 184조원 규모 무역금융 공급, 숙박쿠폰 30만장 배포 등을 제시했다. 첨단 전략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U턴 기업에 외국인투자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벤처 활성화 3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가업 승계에 대한 세금 부담도 완화한다. 무주택자·청년 주거지원 강화, 통신요금 인하, 부동산세 부담 2020년 수준 유지 등 가계 부담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건전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추경 없이 나라살림을 꾸리겠다는 원칙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돈을 풀지 않으면서 경기를 진작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재정정책과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을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좀 더 치밀한 수출 및 투자 촉진 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낡은 규제를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으로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용두사미로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의 ‘붉은 깃발’ 등 규제의 폐해를 상징하는 구호만 남았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 초 규제를 ‘모래주머니’ ‘신발 속 돌멩이’로 지칭하며 제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격진료 허용 등 신산업 분야 규제 완화는 진전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 신속히 제거하라”고 지시했다. 규제혁파는 대통령이나 정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관련 법을 바꾸려면 여야 정치권의 협력은 필수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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