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재단 이사진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조례 개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는 3일 성명을 내고 "입법예고안은 4.3특별법의 취지와는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라면서 “4.3평화재단은 제주도정이 독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먼저 "제주4.3 진상규명운동은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제주4.3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상생과 해원으로 바로 잡는 일"이라면서 "이 과제는 도 차원의 문제가 아님에 따라 관민이 합동해 제주4.3평화재단을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조례안 개정의 근거인 지난 7월의 '조직관리 운영 개선방안 컨설팅' 용역보고서는 재단의 설립근거인 특별법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 15년간 4.3평화재단 운영에 부족함과 아쉬움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사가 이사장과 이사를 임명한다고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도는 조례 개정의 근거로 이사 선임 구성과 이사장 선출의 불투명성을 대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사와 이사장 선출은 공개모집절차와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으로 이뤄져 왔다"면서 "도는 어떤 점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인지, 반대로 제주 도지사가 이사들을 임명한다고 어떤 점에서 투명성이 강화된다는 것인지 도내 각계의 쏟아지는 의문에 제대로 답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제와서 도지사가 이사장과 이사 임명권을 갖고, 당연직 위원을 부지사에서 실·국장 단위로 격하시켜 제주도 산하 출연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4.3평화재단 운영의 실질적 주체를 규율하는 것은 법 체계에도 맞지 않고 4.3진상규명운동을 제주도 복리 차원으로 격하시키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사 임명권의 변경으로 제주4.3평화재단의 향후 활동과 정체성이 도정 책임자 변경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다분해졌다"면서 "4.3진상규명 운동은 오랜 기간 정권의 이익에 따라 ‘빨갱이들의 반란과 폭거’로 은폐됐고, 연좌제가 제주도민의 목을 죄어왔다. 재단의 이사회 구성은 정권의 입김과 관여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로 제주도정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사태는 4.3을 전국화가 아닌 제주도에 한정해 버리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며 "제주도정은 문제가 된 컨설팅보고서를 객관적으로 재평가하고 조례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도가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도지사가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재단은 재단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전국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이사와 이사장을 선임하고 있다. 재단은 관련 조례에 따라 정부와 제주도가 150억 원을 출연해 운영된다. 추가 진상조사 사업, 추모 및 유족 복지 사업, 문화 학술 연구, 평화 교류·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제주4.3평화재단의 업무를 다른 기관들에서 수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심층컨설팅 결과를 내놨다. 또 재단의 인력구조 개편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도는 재단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한 후 도지사가 임명하는 내용의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을 2일 입법 예고했다.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재단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게 됐다며 지난달 30일 오 지사와 면담을 나눴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