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의외의 투표성향이 감지됐다. 유독 낮은 '전국 최저' 투표율이 눈에 띄었지만 그 이면에 쏟아져 나온 '무효표'가 있었다. 3개 선거구 중에 유독 제주갑 선거구에 무효표가 많았다.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는 제주도 선거인수 56만6611명 중 35만246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제주도는 62.2%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전국 평균 투표율은 67%였다. 제주 선거구는 그에 못 미치는 전국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
거기에 눈에 띄는 건 제주시갑 선거구다. 무려 2300표에 가까운 무효표가 나왔다.
제주시갑의 경우 선거인수 21만3825명 중 12만757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59.7%의 투표율이다. 21대 총선에서 제주시갑 선거인수 20만8660명 중 12만8031명이 투표에 참여, 61.4%의 투표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지난 총선과 달리 투표율 상승세가 역주행 한 셈이다.
제주시을 선거구의 선거인수는 19만4949명으로 그중 12만3254명이 투표했다. 63.2%의 투표일이다. 두 선거구를 놓고 보면 제주갑 선거구 투표율이 3.5%p 나 더 낮다.
두 선거구가 예년 비슷한 투표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총선에선 이해할 수 없는 투표율을 보인 상황.
두 선거구를 합친 제주시 선거구의 이번 총선 투표율은 61.3%로, 21대 총선 투표율 62.6%보다 1.3%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시갑 선거구 투표율이 제주시 전체 평균치를 깎아 먹은 양상이다.
서귀포시 선거구는 치열한 경쟁의 결과를 반영한 듯 선거인수 15만5750명에 10만907명이 투표에 참여, 64.8%의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21대 총선 투표율보다 0.9%p 올랐다. 제주시 선거구 투표율이 떨어진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주목할 만한 투표성향은 또 있다. 이번 총선에서 행사한 무효표 숫자다. 무효표는 기표를 잘못 하거나, 이중날인, 기표란이 아닌 곳 기표, 아예 공란으로 남긴 경우 등이다.
올해 제주 총선의 무효표는 제주시갑 2297표, 제주시을 1393표, 서귀포시 1235표다. 지난 21대 총선의 무효표는 제주시갑 1491표, 제주시을1471표, 서귀포시 1387표였다.
선거인수가 엇비슷한 다른 두곳 선거구와 달리 제주시갑 선거구의 무효표가 유독 많은데다 지난 총선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했다. 무려 54.1%가 늘었다.
무효표 증가와 저조한 투표율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등장하고 있다.
전반적인 투표율 저조현상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 따른 선거 긴장감 저하를 꼽는다. 아울러 제주갑 선거구의 경우 여기에 더해 돌연 등장한 여권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회의적인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더욱이 제주시 갑 선거구의 경우 송재호-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두 후보간 치열한 경선잡음의 결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제주시 연동에 사는 고모(53)씨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여러 논란과 작태를 보여주고 나온 후보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후보를 국민의힘이 내리꽂아 선택을 하라고 하면 이에 응할 유권자는 없을 것"이라며 "솔직히 기표소에 가 한참을 망설이다 비례후보만 찍고 그냥 지역구 후보엔 기표하지 않고 투표함에 넣었다"고 말했다.
당락이 갈렸지만 선거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들 중 일부는 기권이나 '무효 기표'로 또 민심을 표현했다. 제주갑 문대림 당선인의 경우 당선이 마냥 '도민의 승리'라고 표현하기 곤란한 이유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