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5 (수)

  • 맑음동두천 19.9℃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1.2℃
  • 구름조금대전 21.9℃
  • 흐림대구 19.0℃
  • 구름많음울산 21.0℃
  • 구름많음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3.1℃
  • 구름많음고창 22.6℃
  • 구름조금제주 25.8℃
  • 맑음강화 19.7℃
  • 구름조금보은 19.7℃
  • 구름많음금산 20.0℃
  • 구름조금강진군 23.7℃
  • 구름많음경주시 ℃
  • 구름많음거제 21.5℃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12개 정류소 폐쇄, 공무원 동원 압박, 행사시간 연장, 보여주기식 프로그램 비판

오는 28일 제주시 연북로 일대에서 열릴 예정인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걷기문화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행사 장소의 부적절성, 급조된 준비 과정, 대중교통 접근성 부족 등에 이어 공무원 동원령까지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는 차량 이용을 줄이고 걷기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24일 설명했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는 연북로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고 차량 없이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제주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해당 구간은 차량 이용이 집중된 지역으로 대중교통과 자전거로 접근하기 어렵다"며 "차량 없이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걷기 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행사 구간은 대중교통 운행이 제한적이며 자전거로 접근하기에도 쉽지 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려면 결국 차량을 이용해야만 한다. 도는 오히려 5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해 차량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3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차량 통제 시간이 7시간으로 확대돼 도민불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는 20여일 전 행사준비 단계에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를 차량 통제시간으로 정했지만 24일 발표에선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통제시간을 연장했다.

 

 

당연히 버스 등 대중교통도 이 시간엔 행사구간을 운행할 수 없다.

 

도는 연북로를 지나는 8개 버스 노선의 우회 경로를 마련하고 임시 정류장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당일 연북로 내 12개 버스 정류소가 임시 폐쇄될 예정이라 버스 이용객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차량 통제가 대중교통 이용자와 인근 상권에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도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도민의 일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행사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발표된 이번 행사는 준비 과정에서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도는 서광로, 전농로, 해안도로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다가 연북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행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장소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대중교통 이용을 강조하는 도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가 '차 없는 거리 행사' 사전신청을 요구하는 공문을 모든 산하기관에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의 자발적 참여 의지마저 퇴색되고 있다.

 

공문에는 "가족과 함께 임직원들이 걷기 행사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참여 인원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명목으로 기관별 참여 예정 인원을 회신에 첨부할 것을 요구했다. 협조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사전신청으로 인원을 파악함에 따라 '무언의 압력'으로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주도청 공무원 A씨는 "독려 형태라고 하지만 토요일에 부서장, 동료 눈치를 보며 참여해야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취임 이후 삼일절, 광복절에 이어 지난 4월 총선 직후 '제주도와 제주 출신 국회의원 간담회'에 공무원을 박수부대로 동원했다는 뒷말도 오간 바 있어 이번 걷기 행사도 사실상 강제 동원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제주도 관계자는 24일 "기관별 참여 예정인원을 회신하라는 공문은 안전 관리 차원에서 조사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도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걷기 행사의 취지와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반려동물 동반 행사, 전동킥보드 대여, 자전거 무상 정비 서비스 등은 도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고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하거나 자전거를 타려는 이용객들이 굳이 그날 그 장소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ía)'를 모델로 해 걷기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고타의 시클로비아는 매주 일요일과 국경일마다 도시 주요 간선도로를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에게 개방해 지속적인 문화 확산을 이끌어낸 반면 제주도의 ‘차 없는 거리’ 행사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도는 행사를 통해 비만율 36.1%로 전국 1위를 기록한 도의 건강지표 개선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걷기 문화 활성화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행사 자체가 도민들의 실질적 건강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원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이번 행사는 도민의 건강 증진, 환경 보호, 지역 공동체 강화 등 여러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며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동시에 참가자 모두가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연북로에서 시범적으로 해 본 뒤 평가를 거쳐 개선점을 살펴본 후 내년에 행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추천 반대
추천
1명
100%
반대
0명
0%

총 1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