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작업이 제주4·3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시 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에 지급된 보조금은 8200만원으로 이전의 세 배에 달한다.
보조금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탄신 기념식과 서거 추모식, 나라사랑 가요제 등 다양한 명목으로 사용됐다. 또 4600만원을 투입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는 데도 활용됐다.
강 의원은 "이승만 국부론, 1948년 대한민국 건국론 주장은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그런 궤변과 왜곡을 대놓고 설파하는 단체에 어떻게 국민 혈세를 투입해 지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지난 3년간 10억 2300만원을 들여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감상평 등을 포함한 안보 간행물 '자유'를 구입했다.
이 간행물은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의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역사 왜곡과 편향된 서술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용인시 병)은 이에 대해 "국방부가 검증된 안보 간행물이 아닌 역사 왜곡 논란이 있는 자료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보훈부를 통해 이승만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고, 국방부 교육 교재에 그를 '혜안의 지도자'로 소개했다. 또 인천에서는 이승만 동상 설치 논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재와 부정선거, 인권 유린 등 논란이 많은 인물로 특히 제주4·3 사건 시절 강경 진압을 지시해 수만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승만을 재조명하는 행보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기협 역사학자는 "이승만 미화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사이비 보수가 합리적 보수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4·3 사건은 1948년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제주도민과 이를 진압하려는 정부군 간의 충돌로 인한 대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이다. 이승만 정부는 이를 공산주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명령해 약 2만5000~3만여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제주4·3 희생자와 유족들을에 대해 명예 회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 회복 절차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는 지난 7월 25일 고(故) 현모 할머니를 포함한 12명의 유족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족들의 청구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역사적 화해를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는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을 요직에 임명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등 뉴라이트 성향 공직자들의 임명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제주4·3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을 보였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제주4·3 사건을 "남로당의 5·10 선거 방해책동에서 비롯된 폭동"으로 규정하며 4·3 특별법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주4·3에 대해 "명백한 남로당 폭동"이라고 표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승만은 뉴라이트 역사의 중심 인물"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민 선문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뉴라이트 사상을 중심으로 역사 인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4·3의 역사를 왜곡하는 시도는 정치적 편 가르기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화해를 위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