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대다수 땅이 제주가 아닌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투기의혹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29일 '2024 제주 제2공항 토지 소유 실태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제2공항 예정부지 내 2840필지의 토지대장을 전수조사해 소유권 이전 기록과 소유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전체 필지 소유자 2108명 중 60.2%에 해당하는 1270명이 제주 외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서울·경기·인천이 24.1%(507명), 부산·경남이 15.8%(334명), 대구·경북·울산이 15.7%(332명)로 경상권 비중이 특히 높았다.
필지 소유 현황을 보면 도내 거주자가 소유한 필지가 1263필지로 도외 거주자 소유 필지(889필지)보다 374필지 더 많았다.
그러나 필지 지목별 소유 현황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다. 도내 거주자들은 전, 도로, 묘지, 과수원 등 토지를 많이 소유한 반면, 도외 거주자들은 임야(663필지) 소유 비율이 높았다.
농지법상 소유 요건이 까다로운 농지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임야를 외지인들이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는 것은 투기성향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필지 거래 방식을 보면 소위 '기획부동산'이라는 법인들의 개입이 눈에 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2공항 예정부지의 필지를 쪼개 팔거나 공유지분 형태로 판매한 상위 9개 기획부동산 법인 중 7곳이 제주가 아닌 외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식회사 또는 농업회사법인임을 확인했다.
이들 법인은 제주 지역에 기반한 법인이 아니라 본점을 제주로 옮기거나 주소지만 제주에 두고 설립된 법인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법인은 거래 직후 해산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농업회사법인은 제2공항 발표 직전에 특정 필지를 무려 47명의 소유자에게 나눠 매각한 후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항목을 사업 목적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제2공항 주변에 대한 기획부동산들의 과도한 투기 행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제주 제2공항 부지 내 사전 투기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2공항 입지가 2015년 11월 발표된 이후 외지인의 토지 매입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투기적 행태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실제로 제주에선 그동안 제2공항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토부 공무원이 정보를 유출해 관련 법인이 투기에 개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는 이를 조사하지 않았고, 공직자에 대한 징계 조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외지인 소유가 두드러진 임야와 기획부동산의 매입 사례는 투기 의혹을 한층 강화시킨다"며 "사전 정보를 활용한 투기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투기 행위가 드러날 경우 제2공항 개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