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의 출생아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 이어지며 브레이크 없는 인구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 통계'에 따르면 3분기(7~9월) 제주 지역의 출생아 수는 747명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7%(62명) 줄었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작년 4분기(736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주 지역의 출생아 수는 10년 전인 2014년 3분기(1404명)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 누적 출생아 수는 239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86명)보다 3.6% 감소했다.
출생아 수 감소에 따라 3분기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8명으로 전년 동기(0.82명)보다 0.05명 줄었다. 이는 강원과 제주만이 출산율 감소를 기록한 사례로 전국 평균과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사망자 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제주 지역 사망자 수는 120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증가한 수치다.
출생아 수 감소와 사망자 수 증가는 자연감소로 이어졌다. 3분기에만 456명이 자연감소 됐고, 올해 9월까지 누적 자연감소 인구는 1265명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10월 통계에서 지난해 연간 자연감소 인구 1455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제주 지역의 인구 감소는 단순히 출생아 감소에 국한되지 않고 청년층의 대규모 유출이 더해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달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지난달 82명이 순유출됐다. 전입자는 2037명이었다. 하지만 전출자는 2119명으로 전출이 전입을 앞섰다.
올해 10월까지 제주 지역의 누적 순유출 인구는 30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14명보다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유출이 두드러진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제주 지역의 청년 유출 규모가 2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탈제주는 열악한 근로환경과 높은 주거비 부담, 부족한 문화·교육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의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니라 제주 지역의 경제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출산의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혼인 건수는 올해 9월까지 19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혼 건수는 1222건으로 작년 대비 11.6% 늘어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제주 지역의 가정환경 및 사회적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주 지역은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 자연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지난 21일 열린 제3회 지역균형발전포럼에서도 제주도의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연구원 관계자는 "청년층이 떠나는 것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제주 경제와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도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과 적극적인 투자로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