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대선 당시 청년 지지선언 명단을 허위로 작성해 벌금형을 받은 A씨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주청년센터 신임 센터장으로 임명되면서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지난 2일 A씨를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제주청년센터장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A씨의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전력이 알려지면서 청년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A씨는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 1219명의 지지 명단을 공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명단의 대부분이 무단으로 작성됐다. 경찰과 공무원 등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A씨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19년에도 A씨는 제주도 청년정책심의위원으로 위촉됐지만 과거 논란이 재점화되며 결국 해촉됐다.
제주시 청년타워 앞에는 '청년을 기만한 자가 청년센터장?'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고, 청년들과 시민단체의 반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논란을 빚은 인물을 청년센터장으로 임명한 것은 청년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채용 과정에서 응시 자격이 완화된 것이 특정인을 위한 특혜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청년 명단을 조작했던 사람이 청년 정책을 대표하는 기관의 책임자가 되는 것은 제주 청년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청년센터장은 청년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A씨의 임명은 제주 청년들의 미래와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당 제주도당도 "청년 명단을 무단으로 사용했던 사람에게 청년 정책을 맡길 수 없다"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채용에서 응시 자격 기준이 완화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기존에는 관련 분야 1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됐지만 이번 공고에서는 해당 요건이 삭제됐다.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다른 채용 공고와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한 변경"이라고 해명했지만 청년계는 이를 특정인을 위한 특혜로 의심하고 있다.
제주시 청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청년을 기만한 사람이 센터장이 되는 것은 문제다', '청년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등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씨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제주경제통상진흥원과 도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내 한 청년 김모씨(34)는 "과거 청년 명단을 조작했던 인물이 청년센터라는 중요한 기관의 책임자가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정책을 이끄는 자리인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른 선택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18일 제9기 제주청년원탁회의의 첫 전체 분과회의와 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다. 현장에서도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